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K리그에 적용되는 ‘뇌진탕 교체권’

작성자 사진: 한승백한승백



이번 시즌부터 K리그에서는 뇌진탕 교체권(Concussion substitution) 제도가 도입되었다. 아래 기사에 따르면 “경기 중 선수가 뇌진탕이 의심될 경우, 기존 교체 제한과 관계없이 최대 1명을 ‘뇌진탕 교체 선수’ 로 바꿀 수 있다. ‘뇌진탕 교체권’을 사용할 경우, 상대 팀에게도 추가 교체 1회권이 주어진다. 뇌진탕 여부는 팀 의료진이 결정하며, 심판은 개입하지 않는다.”가 그 내용이다.

스포츠에서 발생하는 뇌진탕(concussion)은 단순한 ‘머리 부상’이 아니라 선수들의 건강과 생명을 위협하는 심각한 문제이다. 기사에 따르면 1950년부터 2007년까지 339명의 선수가 복싱 링에서 사망했으며, 평균 12.5분마다 뇌진탕이 발생했다고 한다. 복싱뿐 아니라 미식축구, 럭비 등, 머리로 들이받는 경기들은 소위 펀치 드렁크(punch-drunk)라 불리던 만성 외상성 뇌병증(CTE, Chronic Traumatic Encephalopathy)과 같은 질환이 자주 발생한다. 처음에는 증상이 경미해 보일 수 있지만, ‘누적된 뇌손상’은 선수들에게 심각한 결과를 초래한다.


나는 몇 년 전 한국 스포츠사회학회에서 도미닉 말콤의 발표를 접하며, 이 분야에서도 뇌진탕 연구가 활발하다는 것을 알게 되었다. 도미닉 말콤은 문명화 과정(civilizing process)으로 유명한 레스터학파의 전통을 잇는 연구자라 할 수 있을 것 같다. 이들은 스포츠에서의 폭력성과 신체 통제를 연구해 왔는데, 간단히 설명하자면, 원시적인 폭력을 표출하던 활동이 문명화 과정을 통해 스포츠가 되었고 오늘날의 스포츠는 규범화된 경쟁과 감정 조절의 장이다. 근대 사회에서 국가와 제도적 규율이 강화됨에 따라 스포츠에서의 폭력성은 점차 감소해 왔으며, 신체적 충돌도 정교한 규칙 속에서 허용되는 방식으로 변화해 왔다. 예를 들어, 고대 그리스 복싱에서는 손에 ‘히만테스(himantes)’라는 가죽 끈을 감고 싸웠는데 글러브 같이 충격을 흡수하는 장치가 없다보니 얼굴뼈가 함몰되고 치아가 부러지는 중상이 비일비재했다. 검투사 경기가 벌어진 로마 시대에는 금속 못과 청동 덩어리가 부착된 ‘케스토스(cestus)’를 사용했는데, 경기 중 즉사하는 일도 다반사였다. UFC와 같은 오늘날의 격투 스포츠가 폭력적이라고는 하지만 그럼에도 불구하고 장기적인 차원에서 보면 안전장비 착용과 룰 개정, 의료진 대기 등, 위험을 줄이는 노력이 계속되어 왔다.


도미닉 말콤은 이러한 연구를 확장하여 스포츠에서 ‘보이지 않는 부상과 신체적 위험’이 어떻게 관리되는지를 분석했다. 즉, 뇌진탕 문제는 단순한 개인 부상이 아니라 구조적·사회적 문제이다. 스포츠 조직과 리그, 그리고 미디어는 선수 안전을 위한 규칙과 제도를 만드는데 초점을 맞추지 않고 보다 화끈한 경기를 디자인하고, 상업적 이해관계를 우선시한다. 그 때문에 뇌진탕 문제의 심각성은 은폐되거나 축소되는 경향이 있다. 실제로 NFL과 럭비 리그에서 있었던 뇌진탕 소송에서도 이 같은 압박이 확인된 바 있으며, 복싱 단체와 UFC 같은 격투기 단체들도 예외는 아니다.


한국 사회에서도 부상선수에게 ‘투지'에 대한 요구가 지배적이었다. 2002년 월드컵 당시 코뼈와 광대뼈가 골절되었음에도 마스크를 쓰고 투혼을 불태운 김태영, 머리에서 피가 흐르고, 눈 두덩이가 부어 올라도 붕대를 감고 뛰었던 황선홍과 이임생의 모습이 생생하다. 당시 미디어와 대중은 이들의 정신력과 희생을 찬양했지만, 정작 안전에 대한 우려의 목소리는 찾기 힘들었다. 뇌진탕 교체권 도입은 선수 안전을 등한시했던 기존 관행을 변화시키려는 시도이며, 동시에 선수 보호에 대한 미디어와 대중의 인식 변화가 반영된 결과라할 것이다. 이제는 선수가 다치면 적절한 조치를 취하는 정상적 시대가 온 것이다.


뇌진탕 교체권의 도입은 학계의 연구를 통해 뇌진탕과 그 후유증의 심각성이 알려지고, 대중이 이를 인식하게 된 과정과 맞물려 있다. 이제 제도의 도입과 그 의의를 사회적으로 알리는 게 중요하다. 뇌진탕 교체권이 실제 경기에서 효과적으로 작동하는지 대중과 미디어가 관심을 가져야 한다. 선수, 코칭 스태프, 의료진 모두가 정확한 기준과 절차를 숙지해야 한다. 제도를 시행하면서 보완해야 할 부분이 있다면 지속적으로 보완해 나아가야 할 것이다.


아마도 뇌진탕 교체권 도입은 의료계의 연구 통계가 중요한 역할을 했을 것이다. 다만 도미닉 말콤 같은 사회학자들이 스포츠의 뇌진탕 문제가 단순한 부상이 아니라 구조적·사회적 문제라는 점을 부각시키고, 제도적 변화에 대한 이론적 근거를 제공했다는 데 큰 의의가 있다고 생각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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