홍정호 임원은 대선에서 야당 후보 지지해 승부조작범으로 몰렸나?
최종 수정일: 2022년 7월 9일
박동희 기자의 스포츠 춘추에 위와 같은 기사가 실렸습니다. 요약하면 2021년에 있었던 전국체전 핸드볼 경기에서 홍정호 기술임원이 특정 팀을 우승시키기 위해 도 넘게 관여하여 협회로 부터 2022년 3월까지 경기 배정을 금지하는 부당징계를 받았다는 내용입니다. 홍정호 임원은 핸드볼 레전드인데 졸지에 승부조작범으로 몰렸다는 것입니다.
홍정호 기술위원에 대해 스포츠윤리센터는
황지정보고에 유리한 판정을 내리기 위한 의도가 없었고,
승부조작에 대한 부당청탁을 받은 적도 없었으며,
이춘삼 황지정보고 감독과 사적인 친분관계도 없어
눈치보고 승부조작을 사주할 하등의 이유가 없다고 판단했습니다. 그렇다면 왜 이런 부당징계가 내려졌을까요. 박동희 기자에 따르면 홍정호 임원의 징계를 사주한 무리들이 있기 때문입니다. 이 무리들은 왜 홍정호를 괴롭혔을까요. 홍정호 임원이
지난 대선에서 야당 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그것도 여당과 가까운 사람들이 "우리가 미는 후보를 지지해달라"는 요청이 있었는데 이를 무시하고 야당후보를 지지했기 때문입니다.
아니 백주대낮 대한민국에서 아직도 이런 일이 벌어져서야 되겠습니까?
그런데 말입니다. 지난 10월에 도대체 무슨 일이 있었길래 협회는 올림픽 영웅 홍정호에게 승부조작범이란 낙인을 찍었을까요. 경기 영상이 고스란히 유튜브에 올라와 있습니다.
경기종료 3분 40초를 남긴 시점(후반전 26분 20초)까지 일신여고가 황지정보고를 2점차로 리드한 경기였습니다. 그런데 심판은
3분을 남기고 3명을 퇴장시켜 협회 부회장인 이춘삼 감독의 황지정보고가 전국체전 7연패를 달성하도록 만듭니다.
왜 만들었다고 얘기했냐면 골키퍼까지 7명이 경기하는 핸드볼에서 3명을 퇴장 시키는 판정이 있었기 때문입니다. 상황을 설명하자면 먼저, 속공을 들어오던 황지정보고 선수를 막아선 일신여고 수비수를 헐리우드 액션으로 2분 퇴장 시켰고, 이에 대해 벤치에서 항의하자 심판 항의에 대해 경고 누적 2회를 적용, 선수 1명을 추가로 퇴장 시킵니다. 2명이 동시에 퇴장 당한 것이지요. 첫 번째 퇴장 장면은 오히려 오펜스 파울을 불 수도 있었습니다. 여기에 시뮬레이션을 적용해 퇴장을 줘 버렸으니 당연히 항의를 했겠죠. 전국체전 결승임을 감안하면 운영의 미를 살려 넘어 갈 수도 있었는데 항의에 대해 누적 퇴장을 줘 버렸습니다. 게다가 경기를 2분 남긴 상황에서 스로인을 하는 황지정산고 앞을 지나는 선수에게 스로우를 방해로 추가 1명을 퇴장 시킵니다. 경기 영상을 보시고 직접 판단해 보시기 바랍니다. 이게 퇴장인가. 결과적으로 경기장에 일신여고의 골키퍼를 제외한 3명의 선수가 뛰는 아주 보기 드문 장면이 연출됩니다.
스포츠에서 규칙을 만들고 집행하는 이유는 공정한 경쟁을 위함입니다. 규칙에 따라 반칙에 대해 페널티를 부과해 공정성을 실현합니다. 심판이란 제도적 기구의 존재 이유가 여기에 있습니다. 심판은 규칙의 집행을 통해 경기에 임하는 선수의 이익과 탁월성의 전개가 방해 받지 않도록 경기를 운영해야 합니다.
문제는 스포츠의 규칙이 그 자체로 많은 한계를 가지고 있다는 것입니다. 이 때문에 심판이 중요합니다. 권위를 부여 받은 심판은 경기 중 발생하는 애매한 상황에 대해서 누구든지 납득할 수 있는 상식의 집행을 통해 불완전한 규칙을 보완하고 공정한 경기로 구성해가야 합니다. 그런데 2021년 전국체전 여자고등부 결승전 경기는 과도한 심판의 개입으로 선수들의 공정한 경쟁이 훼손된 경기였습니다. 지나치게 엄격하고 주관적인 심판의 판정이 고생 고생해 전국체전 결승까지 오른 선수들의 꿈이 물거품으로 만들었습니다
홍정호 기술임원은 억울할 수 있을 것입니다. 윤리센터가 문제가 없다는 데 억울한 징계로 여겨질 수도, 레전드 명예에 먹칠을 했다고 생각할 수도 있을 것입니다. 저도 홍정호 임원이 판정에 개입했다고 생각하지 않습니다. 그러나 그는 해당 전국체전에서 기술임원이라는 책임있는 자리에 있었습니다. 홍정호 뿐 아니라 오용기 기술임원도 경기 배정 금지 징계를 받았습니다. 이상효 기술심판위원장은 책임을 지고 보직을 사임했습니다. 이들 모두 야당을 지지했는지는 모르겠지만, 해당 경기의 관리 소홀에 대한 책임을 물어 징계를 받았습니다. 승부조작의 정황이 없다고 아무에게도 책임을 묻지 않는다면 핸드볼 협회는 공신력을 잃고 말겠죠. 스포츠윤리센터 또한 승부조작 여부만 기계적으로 기술할 것이 아니라, 홍정호 임원이 항의하고 있는 징계가 어떤 맥락에서 이루어졌는지 사건 처리문에 기술했어야 합니다.
홍정호 기술임원은 이번 대선에서 야당후보를 지지해서 부당징계를 받은 것이 아니라 경기대회에 기술임원이란 책임있는 자리에 있었기 때문에 징계를 받았습니다. 박동희 기자는 한 레전드 체육인이 야당, 국민이 힘, 윤석열을 지지해 불이익을 당했다는 기사를 썼습니다.지금은 야당이 정권을 잡았으니 윤석열을 지지했다가 피해자가 된, 지난 정권의 정치 스캔들이니 얼마나 자극적이고 조회수 높이기에 좋겠습니까? 그러나, '5개월 경기 배정 배제'라는 경미한 징계를 받아 놓고, 이 문제를 대선과 연결시켜 야당후보 지지, 부당 징계 운운하며 정치 쟁점화 하는 건 그야말로 본질을 회피하는 물타기일 뿐입니다. 승부조작 정황이 없었다고 당시 경기의 심판 판정에 문제가 없었던 것은 아닙니다. 명백하게 문제가 있었던 경기였습니다. 그리고 이런 물타기는 일신여고 선수들에겐 또 다시 큰 상처가 될 것입니다.
P. S.
84년, 여름, 춘천 농고 체육관에서 운동을 하던 시절, 이춘삼 감독님을 처음 뵈었던 날의 기억이 생생합니다. 태백태서, 황지여중, 황지여상 모두 같이 운동 했었습니다. 그 시절 20대 중반이었을 감독님이 60이 넘어 협회 부회장까지 오르셨네요. 이 경기는 이춘삼 감독이 전국체전 7연패에 도전했던 경기였습니다. 달성 여부와 상관없이 심판판정이 그 이전의 업적까지 퇴색하게 만든 것 같아 안타까운 마음이 드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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