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월드컵 7: 최악의 결승과 심판의 integrity

스포츠 윤리

by 남산도사 2026. 10. 24. 23:3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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북중미 월드컵은 스페인이 아르헨티나를 꺾고 우승하며 막을 내렸다. 그런데 이번 결승전을 두고 "최악의 결승"이라는 평가가 나온다. 아르헨티나는 경기 내내 거친 파울을 반복했고, 경기 막판에는 주먹질까지 나왔다. 오랜만에 눈 비비고 일어나 축구를 봤는데, 나 역시 무척이나 개운치가 않았다.

나는 이런 경기가 게임의 토대를 흔든다고 생각한다. 축구는 약속이 있는 게임이다. 손으로 공을 넣지 않고, 상대를 넘어뜨리지 않으며, 일정한 규칙 안에서 승부를 겨루기로 미리 약속했을 때 비로소 게임은 성립한다. 스포츠 철학자들의 말을 빌리자면 스포츠는 "탁월성을 함께 추구하는 경쟁"이고, 경쟁의 전제는 나뿐 아니라 상대도 최고의 기량을 펼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이다. 상대의 탁월성 발휘가 조직적으로 봉쇄되는 순간 약속은 깨지고, 축구는 더 이상 게임일 수 없다.

여기서 등장하는 개념이 integrity다. Integrity란 동일한 규칙이 누구에게나 같은 방식으로 적용된다는 신뢰다. 누구든 같은 행동을 하면 같은 대가를 치른다는 믿음이며, 사람들이 스포츠에 열광하는 이유도 그 믿음이 경기장에서 가장 선명하게 구현된다고 생각하기 때문이다. 그리고 그 믿음을 경기장에서 실천하는 사람이 심판이다.

나는 이번 결승전의 개운치 않았던 가장 큰 원인을 심판에게서 찾는다. 거친 태클도, 전술적 파울도 그 자체로는 가치중립적이다. 스포츠에서는 심판이 그것을 관리하도록 제도가 설계되어 있기 때문이다. 반칙에는 페널티가 따르고, 그 비용을 감수할지는 팀이 선택한다. 그러나 이번 월드컵 결승에서는 그 비용이 제대로 부과되지 않았다.

심판이 휘슬을 불어야 할 때 불지 않고, 카드를 꺼내야 할 때 꺼내지 않으면 반칙을 통제하기 위해 만든 규칙은 사실상 작동하지 않는다. 선수들은 허용되는 한계를 계속 밀어붙이고 경기는 점점 거칠어진다. 결국 integrity는 규정집에 적힌 원칙이 아니라 심판의 판단과 집행을 통해 경기마다 새롭게 실현되는 질서다. 월드컵 결승전이라면 그 질서가 더욱 엄격하게 지켜져야 했다.

이번 결승전은 그 결과를 그대로 보여주었다. 경기 내내 이어진 거친 파울들은 카드 없이 지나갔고, 옐로우 카드는 너무 늦게 나왔다. 경기 막판에는 결국 한 명이 퇴장당했고, 경기 후 주먹을 휘두른 파레데스는 추가 퇴장을 당했다. 사실 그는 경기 내내 주먹질을 하다시피 했기 때문에 진작 퇴장당했어야 했다. 경기 후 난장을 피운 몰리나 역시 추가 징계를 받을 가능성이 크다.

이번 월드컵은 많은 이야기를 만들었다. 카보베르데라는 나라가 이름을 알렸고, 새로운 스타들이 탄생했으며, 리오넬 메시의 마지막 월드컵이기도 했다. 처음 도입된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가 있었고, 결승전 하프타임은 27분 23초 동안 공연으로 채워졌다. 하이드레이션 브레이크도 하프타임 쇼도 무척이나 거슬리지만, 내가 가장 먼저 묻고 싶은 것은 축구라는 게임이 어떤 모습이어야 하는가이다.

사회에서는 법을 아무리 정교하게 만들어도 해석과 집행을 둘러싼 논쟁이 끝나지 않는다. 권력과 이해관계가 개입하기 때문이다. 스포츠는 훨씬 단순하다. 규칙은 명확하고, 적용은 모두의 눈앞에서 이루어진다. 90분 동안 전 세계가 같은 장면을 함께 본다. 스포츠가 규칙과 공정성이라는 근대의 이상을 가장 압축된 형태로 보여주는 작은 세계인 이유다.

월드컵은 끝이 났다. 그러나 월드컵이라는 가장 큰 무대의 서사는 챔피언을 가려내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다. 사람들은 이 무대에서 최고의 선수들이 기량을 온전히 펼치고, 누구나 승패를 신뢰할 수 있는 경기를 기대한다. 이번 결승전은 그 기대를 충족하지 못했다. 그래서 감상이 박할 수밖에 없다.

 

2026.07.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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