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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an Seungbaek Blog

체육단체와 스포츠 정책
2026. 10. 23. 00:59 월드컵 4: 분노를 제도로, 축구협회장 선거인단을 넓혀라

남아공전 패배 이후 홍명보 감독, 정몽규 회장,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이 거세다. 워낙 경기 내용이 나빴기 때문에 경우의 수를 따져 32강을 기대하자는 말조차 힘을 잃었다.홍명보 감독 선임은 월드컵 전부터 비판을 받았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은 한국 축구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대한 일인데도, 그 결정은 투명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검증을 거쳤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홍명보는 이미 월드컵에서 한 차례 실패한 지도자였고,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느껴지듯 완고하고 권위적이며, 선수들과 소통을 잘할 것 같지도, 최신 축구 흐름을 따라갈 것 같지도 않은 인물이다. 그런 그의 선임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납득하지 못했다. 그렇게 곪고 곪았던 불신은 이번 월드컵의 졸전과 패배로 다시 터졌다.정몽규 회장은 월드컵 이후 물러나겠..

스포츠와 정치경제
2026. 10. 23. 00:59 월드컵 3: 수업 시간의 월드컵은 교육이었나

한 고등학교에서 수업 시간에 월드컵을 보여준 일이 논란이 됐다. 학교장은 그 시간을 “학교에서 가장 화가 나는 순간”이라 했고, 한 학생은 성명문을 발표했다. 그 시간은 “대한민국 국민으로서 공동체 의식을 배우고, 교사와 학생이 값진 정서적 유대를 쌓는 살아 있는 교육”이었다는 것이다.수업 결손을 말하는 이도 있었고, 평생 남을 교육을 말하는 이도 있었다. 그런데 그 시간이 정말 교육이었다면, 무엇을 가르쳤다는 것일까. 학생들이 축구를 통해 대한민국이라는 공동체의 구성원이라는 감각을 몸으로 익혔다는 것인데, 그런 경험은 과연 얼마나 교육적인가.베네딕트 앤더슨은 네이션(nation 국가 / 민족)을 사람들이 스스로를 하나의 공동체로 상상하는 과정에서 빚어지는 사회적 산물로 설명했다. 근대 국가는 학교와 군..

스포츠와 정치경제
2026. 10. 23. 00:59 월드컵 2: 루카 지단, 알제리의 유니폼을 입다

2026년 북중미 월드컵에 프랑스 아트사커의 전설 지네딘 지단의 아들 루카 지단이 알제리 대표팀 골키퍼로 나선다. 아버지 지단은 프랑스 마르세유 출신의 알제리계 프랑스인이고, 그의 부모는 알제리에서 프랑스로 이주한 이민자였다. 아들 루카 지단은 프랑스에서 태어나 프랑스 연령별 대표팀을 거쳤지만, 프랑스 성인 대표팀 공식 경기에는 출전하지 않았다. 이 때문에 FIFA 규정에 따라 2025년 알제리 대표팀에서 뛸 수 있는 자격을 얻었다.잘 알려져 있듯이 지네딘 지단은 프랑스 대표팀의 유니폼을 입고 1998년 월드컵 우승과 유로 2000 우승을 이끌었고, 2006년 독일 월드컵에서도 프랑스를 결승까지 올려놓았다. 당시 프랑스 대표팀은 흑인, 백인, 아랍계가 함께 만든 팀이라는 뜻에서 ‘Black-Blanc-B..

스포츠 역사와 공간
2026. 10. 23. 00:59 월드컵 1: 스코틀랜드는 어떻게 월드컵에 나가는가

스코틀랜드가 오랜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은 영국이 축구 종주국이기 때문에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각각 월드컵 예선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의 발상지에 대한 예우로 네 장의 대표권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설명이 아니다.FIFA는 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 즉 축구협회의 국제연맹이다. 우리는 FIFA 월드컵을 국가 대항전이라 생각하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FIFA의 기본 단위는 국가가 아니라 football association이다. 따라서 월드컵은 일반적으로 국가대항전으로 이해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FIFA 월드컵은 회원 협회가 구성한 팀들의 대항전이라는 성격을 가진..

스포츠 역사와 공간
2026. 10. 23. 00:56 가리왕산, 복원과 존치 사이에서 빠진 질문

가리왕산 알파인경기장을 둘러싼 논쟁이 다시 격해지고 있다. 한쪽에서는 약속대로 복원해야 한다고 말하고, 다른 한쪽에서는 국내 유일의 국제규격 활강 경기장을 없애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얼핏 보면 환경과 스포츠의 충돌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문제를 그렇게만 이해하면 사태의 복잡성은 쉽게 사라진다.가리왕산 논쟁에는 이미 훼손된 자연, 지켜지지 못한 약속, 제도화되지 못한 스포츠 인프라, 그리고 뒤늦게 등장한 대한체육회의 방어 논리가 뒤엉켜 있다. 산을 되살릴 것인가, 스키장을 남길 것인가만으로는 이 매듭이 풀리지 않는다. 따라서 지금 필요한 질문은 “복원이냐 존치냐”가 아니라, 이미 훼손된 공간을 앞으로 어떤 공공적 가치로 관리할 것인가이다.나는 가리왕산 개발 당시 제시되었던 복원 약속이 순수한 의미의 원상..

프로스포츠와 지역
2026. 10. 23. 00:56 강원 프로야구단 유치 공약, 정책인가 프로파간다인가

최근 선거를 앞두고 강원 연고 프로야구단 유치가 공약으로 등장했다. 지역에 큰 스포츠 이벤트가 생기고, 시민들이 함께 응원할 팀을 갖고, 야구장을 중심으로 새로운 도시 활력이 만들어진다면 그것은 분명 매력적인 상상이다. 그러나 매력적인 상상과 실현 가능한 정책은 구분되어야 한다.프로축구는 시민구단이나 도민구단 모델이 제도적으로 존재하고, 하위 리그에서 출발해 상위 리그 진입을 상상할 수 있는 승강제 구조를 갖고 있다. 물론 그 역시 쉽지 않지만, 적어도 지자체가 구단 운영에 관여하는 모델은 이미 존재한다. 반면 프로야구는 기본적으로 폐쇄형 프랜차이즈 모델이다. 프랜차이즈란 단순한 지역연고권이 아니라, 리그라는 닫힌 시장에 들어갈 수 있는 가맹권에 가깝다. 리그는 신규 가맹권 발급을 통제함으로써 기존 구단..

프로스포츠와 지역
2026. 10. 23. 00:55 춘천시민축구단, 새로운 시작의 의미를 묻다

지난 3월 29일 송암스포츠타운 주경기장에서 열린 춘천시민축구단의 홈 개막전은 적지 않은 생각거리를 남겼다. 창원FC를 상대로 거둔 2대0 승리는 단지 시즌 첫 경기의 결과에 머물지 않았다. 축구가 춘천에서 지역사회를 연결하는 공동의 경험이자 시민적 축제로 성장할 가능성을 다시 생각하게 하는 계기였다고 할 수 있다.올해는 K리그1과 K리그2 사이에서 운영돼 온 승강제가 K3리그까지 확대되는 첫 시즌이다. 이제 K3리그 구단을 보유한 도시는 단순히 팀을 유지하는 차원을 넘어, 승강제 확대에 걸맞은 운영 기반을 어떻게 갖출 것인지 고민해야 하는 시점에 섰다. 실제로 K리그의 승강 체계는 클럽 라이선스 취득을 전제로 하고 있으며, 이는 시설과 재정, 행정 체계, 유소년 육성 시스템을 포함한 프로 기반의 운영 ..

스포츠와 젠더
2026. 10. 23. 00:53 KOVO 여자부 연봉 상한 인하와 인권위 조사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배구연맹(KOVO)의 성차별적 보수 규정에 대한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KOVO 이사회가 2026-2027시즌부터 여자부 개인 보수(연봉+옵션) 상한을 기존 8억2500만 원에서 5억4000만 원으로 낮추기로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여자부에만 존재하는 개인 연봉 상한제와 남녀 보수·상금 격차에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과거 프로배구는 여자부와 남자부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경기가 열렸다. 평일 기준으로 오후 5시에 여자배구 경기가 치러지고, 경기가 끝나면 오후 7시쯤 남자배구가 이어졌다. 직장인 관중의 이동 시간을 감안하면 여자배구는 남자부 경기를 위한 ‘오프닝 경기’에 가까웠다. 그러나 2017-2018시즌 남녀부 일정이 분리된 뒤 판이 바뀌었다. 여자 프로배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