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Games

Han Seungbaek Blog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스포츠 성판별의 역사 ③ — SRY 유전자와 과학적 성판별의 한계

스포츠와 젠더

by 남산도사 2026. 10. 24. 23:50

본문

유전자 하나로 여성을 판정할 수 있을까: PCR 검사와 스포츠 공정성의 딜레마

 

1960년대 스포츠계가 염색체 검사를 도입했을 때만 해도 성별을 둘러싼 논쟁은 곧 해결될 것처럼 보였다. 외모나 신체적 특징에 의존하던 육안 검사와 달리, 염색체 검사는 객관적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기대와 달리 염색체 검사는 성별을 명확하게 구분하지 못했다. 오히려 인간의 성염색체가 XX와 XY라는 두 가지 조합만으로 이루어져 있지 않으며, 염색체의 구성과 신체적 성발달이 반드시 일치하는 것도 아니라는 사실을 드러냈다.

그렇다면 더 정밀한 검사 기술을 이용하면 이 문제를 해결할 수 있지 않을까?

1990년대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새로운 유전자 검사 기술에서 그 가능성을 찾았다. 염색체의 수와 구조를 확인하는 대신, 성발달에 관여하는 특정 유전자를 직접 찾아내는 방법이었다.

이른바 PCR(Polymerase Chain Reaction, 중합효소연쇄반응) 검사다.

이 기술은 이전의 염색체 검사보다 훨씬 정밀하게 유전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다. 그러나 검사가 정밀해졌다고 해서 스포츠의 성별 구분 문제가 해결된 것은 아니었다.

오히려 PCR 검사 시대에 이르러 스포츠계는 더욱 근본적인 질문과 마주하게 된다.

특정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그 선수의 성별은 물론, 경기력에서 누릴 수 있는 이점까지 판단할 수 있는가?

1. 염색체에서 유전자로, 더욱 정밀해진 성판별 검사

1980년대 후반부터 스포츠계에서는 염색체 검사의 과학적 타당성에 대한 비판이 거세졌다. 특히 바르 소체의 존재 여부를 기준으로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는 방식은 성발달의 복잡성을 충분히 반영하지 못한다는 지적을 받았다.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이러한 비판을 수용하여 1992년부터 모든 여성 선수를 대상으로 하던 일률적인 성판별 검사를 중단했다. 대신 필요한 경우 개별 선수에 대한 의학적 평가를 실시하는 방식으로 제도를 변경했다(Elsas et al., 2000).

그러나 IOC의 선택은 달랐다.

IOC는 성별을 확인하는 검사 자체를 포기하기보다, 기존 기술을 대체할 새로운 유전자 검사 방법을 도입했다. 1992년 알베르빌 동계올림픽과 바르셀로나 하계올림픽에서 PCR 기술을 활용한 성판별 검사가 시행되기 시작한 것이다.

PCR은 특정 DNA 서열을 반복적으로 복제하여 증폭하는 기술이다. 극히 적은 양의 DNA만으로도 검사자가 찾고자 하는 유전적 특징의 존재 여부를 확인할 수 있다는 장점이 있다.

이전의 핵형 분석이 현미경으로 염색체의 수와 구조를 직접 관찰하는 방법이었다면, PCR은 그보다 훨씬 작은 단위인 DNA의 특정 부분을 분석하는 방법이었다.

성별을 확인하는 기술이 염색체 수준에서 유전자 수준으로 더욱 정밀해진 것이다.

당시 스포츠 성판별에서 주목한 것은 Y 염색체에 존재하는 유전적 표지였다. 특히 중요한 것은 SRY(Sex-determining Region Y) 유전자였다.

SRY 유전자는 일반적으로 Y 염색체에 존재하며, 태아의 성발달 과정에서 미분화 생식샘이 고환으로 발달하도록 유도하는 중요한 역할을 한다. 이러한 이유로 SRY 유전자는 생물학적 성발달을 이해하는 핵심적인 유전자로 받아들여졌다.

그렇다면 SRY 유전자의 존재 여부를 확인하면 여성과 남성을 더욱 정확하게 구분할 수 있지 않을까?

IOC는 새로운 유전자 검사가 이전의 바르 소체 검사보다 더 정확하고 객관적인 성판별 방법이 될 것으로 기대했다.

그러나 여기서 한 가지 구분해야 할 것이 있다.

PCR은 호르몬을 측정하는 기술이 아니다. DNA에 특정한 유전적 서열이 존재하는지를 확인하는 기술이다.

따라서 PCR 검사의 도입은 염색체에서 호르몬으로 성판별 기준이 전환되었음을 의미하지 않는다. 여전히 유전적 특성을 중심으로 성별을 구분하는 방식이었다.

다만 그 유전자 검사를 정당화하는 논리에는 이전과 다른 중요한 변화가 나타나기 시작했다.

2. SRY 유전자에서 테스토스테론으로, 경기력의 논리가 등장하다

스포츠에서 여성부와 남성부를 구분하는 가장 중요한 이유는 무엇일까?

일반적으로 제시되는 근거는 두 집단 사이에 존재하는 평균적인 신체 능력의 차이다. 특히 남성 사춘기를 거치면서 나타나는 근육량, 근력, 골격과 같은 생리학적 변화는 여러 스포츠에서 경기력과 밀접한 관련이 있다.

이러한 차이를 설명하는 중요한 요인 가운데 하나가 테스토스테론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대표적인 안드로겐 호르몬으로 근육의 성장, 단백질 합성, 골격의 발달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에 관여한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몸에서 더 높은 농도로 나타나지만, 여성의 난소와 부신에서도 생성된다.

문제는 스포츠에서 성별을 구분하는 기준이 단순히 생물학적 차이를 확인하는 데 그치는 것이 아니라, 그 차이가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지와도 연결된다는 사실이다.

이러한 관점에서 SRY 유전자는 중요한 의미를 갖게 된다.

SRY 유전자는 일반적으로 고환의 발달을 유도하고, 고환은 테스토스테론을 분비한다. 테스토스테론은 다시 근육 발달과 근력 증가에 영향을 미친다.

이러한 생리학적 관계를 스포츠의 경기력과 연결하면 다음과 같은 논리가 형성된다.

SRY 유전자의 존재 → 고환 발달 → 테스토스테론 분비 → 근력 및 운동 능력의 발달 → 경기력상의 이점

물론 이것은 성발달의 일반적인 경로를 단순화한 설명이다. 이러한 연결이 모든 개인에게 동일하게 적용되는 것도 아니며, SRY 유전자의 존재만으로 경기력상의 이점이 발생한다고 판단할 수 있는 것도 아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한 것은 이러한 생리학적 관계가 스포츠의 성판별을 정당화하는 논리와 결합했다는 점이다.

과거 염색체 검사가 주로 '누가 생물학적으로 여성인가'를 확인하려 했다면, PCR 검사 시대에는 '어떤 생물학적 특징이 경기력에서 유리한 조건으로 작용하는가'라는 문제가 점차 강조되기 시작했다.

이는 성판별을 이해하는 방식에서 중요한 변화였다.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확인하는 문제가 경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생리학적 조건의 문제와 더욱 밀접하게 연결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유전자 검사 자체가 경기력의 차이를 측정했다고 이해해서는 안 된다. PCR 검사는 여전히 특정한 유전자의 존재 여부를 확인했을 뿐이다. 실제 테스토스테론의 농도나 호르몬에 대한 신체의 반응, 근력과 운동 수행 능력을 직접 측정한 것은 아니었다.

달라진 것은 검사 기술의 대상이라기보다, 그 검사를 통해 무엇을 정당화하려 했는가 하는 문제였다.

3. 동독의 국가 주도 도핑과 테스토스테론의 의미

이러한 변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당시 스포츠계가 테스토스테론과 경기력의 관계를 어떻게 인식하게 되었는지 살펴볼 필요가 있다.

1970~1980년대 국제 스포츠에서는 아나볼릭 스테로이드(anabolic steroid)의 사용이 중요한 문제로 부상했다.

아나볼릭 스테로이드는 테스토스테론 또는 그와 유사한 합성 화합물로, 근육의 성장과 단백질 합성을 촉진하는 작용을 한다. 선수들은 이러한 약물을 통해 근력과 운동 능력을 향상시키려 했고, 국제 스포츠기구는 이를 공정한 경쟁을 훼손하는 도핑 행위로 규제하기 시작했다.

특히 냉전 시기 동독의 국가 주도 도핑은 이 문제를 상징적으로 보여준다.

동독에서는 국가 차원의 체계적인 선수 육성 과정에서 아나볼릭 스테로이드가 광범위하게 사용되었다. 이러한 사실은 동독 체제 붕괴 이후 공개된 비밀문서와 관련 기록을 통해 확인되었다.

Franke와 Berendonk(1997)는 동독의 스포츠 관계자와 의학자들이 국가적 성과를 높이기 위해 선수들에게 안드로겐 계열 약물을 투여한 과정을 분석했다. 특히 여성 선수들에게 이러한 약물이 적극적으로 사용되었으며, 경기력 향상과 함께 다양한 신체적 부작용도 발생했음을 밝혔다.

당시 동독 여성 선수들은 국제대회에서 뛰어난 성적을 거두었다. 그러나 그들의 근육질 신체와 강한 운동 능력은 서방 사회에서 도핑 의혹과 함께 '남성화된 여성의 몸'이라는 시선을 불러일으켰다.

여기서 주목할 것은 두 가지 문제가 서로 결합했다는 사실이다.

하나는 약물을 인위적으로 투여하여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도핑의 문제였고, 다른 하나는 여성 선수의 신체적 특징이 전통적인 여성성의 기준을 넘어설 때 발생하는 성별에 대한 의심이었다.

이 두 문제는 본래 구분되어야 한다.

금지 약물을 사용해 경기력을 향상시키는 행위와 선천적으로 특정한 호르몬이나 유전적 특성을 가지고 태어나는 것은 전혀 다른 문제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당시의 스포츠 담론에서는 테스토스테론, 근육 발달, 남성적인 신체, 경기력상의 이점이라는 요소들이 서로 긴밀하게 연결되었다.

테스토스테론은 단순한 생리학적 호르몬을 넘어, 남성적인 신체적 능력을 설명하는 상징적인 지표로 받아들여지기 시작했다.

이러한 인식은 스포츠에서 성별을 구분하는 문제에도 영향을 미쳤다. 특히 어떤 선수가 여성부 경기에서 부당한 이점을 갖는지 판단할 때 테스토스테론의 역할에 더욱 관심을 기울이게 된 것이다(Karkazis et al., 2012).

물론 동독의 도핑 사건이 PCR 성판별 검사 도입의 직접적인 원인이었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그러나 아나볼릭 스테로이드와 경기력의 관계에 대한 과학적 지식은 성판별 규정을 경기의 공정성과 연결하여 설명하는 중요한 배경이 되었다.

이러한 맥락에서 PCR 검사는 단순히 유전적 성별을 확인하는 기술을 넘어, 경기력상의 이점을 둘러싼 과학적 논의와 연결되는 성판별 도구로 이해될 수 있다.

4. SRY 유전자가 있다고 모두 같은 신체를 갖는 것은 아니다

그렇다면 SRY 유전자의 존재가 실제로 경기력상의 이점을 설명할 수 있을까?

이 문제는 성별을 구분하는 기술의 정밀성과 그 기술을 스포츠에 적용하는 방식의 차이를 다시 보여준다.

SRY 유전자는 일반적인 성발달 과정에서 고환의 형성에 중요한 역할을 하지만, 그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만으로 모든 성발달 과정이 동일하게 이루어지는 것은 아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앞선 글에서도 살펴본 안드로겐 불감증(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 AIS)이다.

완전 안드로겐 불감증(CAIS)을 가진 사람은 일반적으로 XY 염색체와 SRY 유전자를 가지고 있다. 고환이 발달하고 테스토스테론도 생성된다. 그러나 신체의 안드로겐 수용체가 제대로 작동하지 않기 때문에 테스토스테론의 작용에 반응하지 못한다.

따라서 남성에게 일반적으로 나타나는 안드로겐 작용에 따른 신체적 발달이 이루어지지 않으며, 외부 신체는 전형적인 여성의 형태로 발달한다.

그런데 이러한 사람이 PCR 검사를 받으면 어떻게 될까?

SRY 유전자가 존재하기 때문에 검사에서는 양성 반응이 나타날 수 있다.

하지만 이 결과만으로 해당 선수가 일반적인 남성의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있다거나, 남성의 안드로겐 작용에 따른 경기력상의 이점을 얻었다고 판단할 수는 없다.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유전자가 관여하는 생리적 과정이 실제로 어떤 결과를 만들어냈는지는 구분해야 하기 때문이다.

더욱이 SRY 유전자가 항상 일반적인 위치에서 정상적으로 기능하는 것도 아니다. 드물게 SRY 유전자가 다른 염색체로 이동하거나, 기능에 변화가 생기는 경우도 있다. 또한 SRY 유전자가 없어도 다른 유전자들의 작용으로 고환 조직이 발달하는 사례가 보고되어 있다.

이는 인간의 성발달이 하나의 유전자만으로 결정되는 단순한 과정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학적 분석을 통해 특정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다는 것은 분명 기술적 진보다. 그러나 그 유전자의 존재 여부만으로 개인의 신체적 특징과 경기력상의 조건을 모두 설명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SRY 검사는 특정한 유전적 특징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 사람이 스포츠에서 어떠한 생리학적 이점을 가지는지를 직접 판정하는 검사는 아니었다.

바로 여기에 PCR 성판별 검사의 근본적인 한계가 있었다.

5.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 검사의 한계가 드러나다

PCR 성판별 검사의 문제는 실제 올림픽에서도 드러났다.

1992년 바르셀로나올림픽에서는 여성 선수 2,406명의 검체를 대상으로 유전자 검사가 이루어졌다. 당시에는 Y 염색체에 있는 DYZ1이라는 반복 DNA 서열을 먼저 확인하고, 양성 반응이 나타난 검체를 SRY 유전자 검사로 다시 분석하는 방법이 활용되었다.

그런데 DYZ1 서열이 검출되었지만 SRY 유전자는 검출되지 않는 사례가 여섯 건 확인되었다.

Serrat와 García de Herreros(1996)는 이러한 결과를 토대로 DYZ1 서열의 존재만을 성별 판정의 유일한 기준으로 활용해서는 안 된다고 지적했다.

검사 기술이 정밀해졌지만 어떤 유전적 표지를 선택하는가에 따라 결과가 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이 드러난 것이다.

이후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에서는 더욱 중요한 사례가 나타났다.

애틀랜타올림픽에 참가한 여성 선수 3,387명 가운데 8명이 SRY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반응을 보였다.

이들은 추가적인 의학적 평가를 받아야 했다.

그런데 평가 결과 8명 가운데 7명은 완전형 또는 부분형 안드로겐 불감증을 가진 것으로 확인되었다. 나머지 1명은 이전에 생식샘 제거 수술을 받았으며, 5알파 환원효소 결핍과 관련된 성발달차이가 있었던 것으로 추정되었다.

결국 8명 모두 여성부 경기 출전 자격을 인정받았다(Genel & Ljungqvist, 2005).

이 결과는 무엇을 의미할까?

PCR 검사가 SRY 유전자의 존재 여부를 잘못 확인했다는 뜻은 아니다. 검사는 특정 유전자의 존재를 확인하는 본래의 기능을 수행했을 수 있다.

문제는 그 결과를 여성부 출전 자격과 연결하는 과정에 있었다.

검사에서 SRY 유전자가 확인되었다는 사실은 해당 선수의 생물학적 특성에 대한 정보를 제공한다. 그러나 그 정보만으로 선수가 여성부 경기에서 부당한 이점을 가진다고 판단할 수는 없었던 것이다.

애틀랜타올림픽에서 8명의 선수가 추가 평가를 거쳐 모두 출전할 수 있었다는 사실은 바로 이러한 차이를 보여준다.

바꿔 말하면, 유전자 검사는 특정한 유전적 특징을 가진 선수를 찾아냈지만, 그 사실이 반드시 여성부 출전 자격을 제한해야 할 이유가 되는 것은 아니었다.

당시 검사 운영을 다룬 의학적 보고에서도 여성을 가장해 출전한 남성 선수는 발견되지 않았다고 기록하고 있다.

이러한 결과는 여성 선수 전체에게 정례적인 유전자 검사를 실시하는 제도가 실제로 얼마나 필요한 것인지에 대한 의문을 불러일으켰다.

6. 과학적 검사가 선수에게 남긴 상처

PCR 성판별 검사의 문제는 과학적 타당성에만 있지 않았다.

검사를 받는 선수의 인권과 존엄성 역시 중요한 쟁점이었다.

유전자 검사에서 양성 반응이 나타난 선수는 자신이 여성이라는 사실을 다시 증명해야 했다. 검사 결과에 따라 추가적인 의학적 평가를 받아야 했으며, 경우에 따라 자신도 알지 못했던 성발달 특성을 처음 알게 되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었다.

이는 일반적인 건강검진에서 새로운 의학적 정보를 알게 되는 것과는 다른 의미를 지녔다.

올림픽 출전을 위해 오랫동안 훈련한 선수가 경기 직전에 자신의 성별을 의심받고, 출전 자격을 유지하기 위해 추가 검사를 받아야 했기 때문이다.

일부 선수에게는 검사 결과가 사생활 침해와 사회적 낙인으로 이어질 위험도 있었다. 성별과 관련된 의학적 정보는 매우 민감한 개인정보인데, 이를 스포츠의 출전 자격과 연결하는 과정에서 선수의 자율성과 비밀보장이 충분히 보호되지 않을 수 있었다.

성발달차이를 가진 여성 선수들의 경험을 연구한 학자들은 이러한 검사가 선수들에게 심리적 충격과 정체성의 혼란, 사회적 낙인을 초래할 수 있다고 지적했다(Elsas et al., 2000; Pieper, 2016).

여기서 중요한 점은 검사가 객관적이고 정확하다는 사실만으로 그 검사의 시행이 정당화되는 것은 아니라는 것이다.

어떤 검사가 의학적으로 특정한 정보를 정확하게 확인할 수 있더라도, 그 정보를 왜 수집해야 하는지, 누구에게 검사를 요구할 것인지, 결과를 어떤 목적으로 사용할 것인지는 별도의 문제다.

특히 모든 여성 선수에게 검사를 요구하면서 남성 선수에게는 동일한 방식의 성별 증명을 요구하지 않는 제도가 과연 정당한가 하는 질문도 제기되었다.

스포츠의 공정성을 보호하려는 제도가 오히려 특정한 여성 선수에게 차별과 불이익을 초래할 수 있다는 점에서, 성판별 검사는 새로운 윤리적 딜레마에 직면하게 되었다.

7. 1999년, IOC는 왜 유전자 검사를 중단했을까

1990년대 후반에 이르러 일률적인 성판별 검사에 대한 비판은 더욱 커졌다.

의학계는 염색체나 유전자만으로 여성부 출전 자격을 판단하는 방식에 과학적 한계가 있다고 지적했다. 검사 결과가 실제 경기력상의 이점을 충분히 설명하지 못하는 데다, 선수의 인권을 침해할 위험이 크다는 것이었다.

또한 모든 여성 선수를 대상으로 검사하는 데 막대한 비용과 행정적 절차가 필요했지만, 그것이 실제로 부정한 참가를 방지하는 데 얼마나 효과적인지도 의문이었다.

이미 IAAF는 1992년부터 일률적인 성판별 검사를 중단한 상태였다. 그러나 IOC는 1996년 애틀랜타올림픽과 1998년 나가노 동계올림픽까지 유전자 검사를 유지했다.

결국 IOC도 제도를 재검토하게 되었다.

IOC 선수위원회의 검사 중단 권고와 의학계의 비판 등을 거쳐, 1999년 6월 서울에서 개최된 IOC 회의에서 일률적인 성판별 검사를 중단하기로 결정했다.

2000년 시드니올림픽부터 여성 선수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정례적인 유전자 성판별 검사가 시행되지 않게 된 것이다.

그러나 여기서 주목해야 할 점이 있다.

성판별 검사가 중단되었다고 해서 스포츠에서 성별을 판정하는 권한 자체가 사라진 것은 아니었다.

IOC는 여성 선수 모두에게 동일한 검사를 요구하는 방식은 중단했지만, 특정 선수의 출전 자격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 개별적으로 의학적 평가를 실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남겨두었다.

즉, 검사 방식은 변화했지만 스포츠 기구가 여성부의 경계를 설정하고 그 경계에 부합하는 선수를 판단하는 제도적 권한은 유지된 것이다.

그렇다면 1999년의 결정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이는 성별 이분법을 유지하는 제도 자체가 폐지되었다는 의미는 아니었다. 오히려 유전자 검사를 통해 모든 여성 선수의 성별을 확인해야 한다는 기존의 방식이 과학적·윤리적 정당성을 유지하기 어려워졌음을 보여주는 사건이었다.

스포츠계는 여성부와 남성부를 구분하는 기본적인 체계는 유지하면서도, 그 경계를 확인하는 방법을 다시 수정해야 했다.

검사의 중단은 성판별의 종결이 아니라, 성판별을 정당화하는 새로운 기준을 찾아야 하는 상황의 시작이었다.

8. 성별을 판정하는 과학은 어떻게 권력이 되는가

이러한 역사적 변화는 푸코의 지식·권력(power/knowledge) 개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푸코는 과학적 지식이 사회적 권력관계와 완전히 분리되어 존재하는 것은 아니라고 보았다. 특정한 시대에 어떤 지식이 진리로 인정되고, 어떤 기준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근거로 활용되며, 그 지식이 사회적 제도와 결합하여 개인의 신체와 행동을 규율하는지에 주목했다(Foucault, 1972, 1980).

스포츠의 PCR 성판별 검사는 이러한 지식·권력의 작동을 보여주는 사례다.

유전학은 인간의 성발달에 관한 중요한 사실을 밝혀냈다. SRY 유전자가 고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는 사실도 그 가운데 하나다.

그러나 그러한 과학적 사실을 여성부 출전 자격의 기준으로 선택하는 것은 별도의 제도적 판단이었다.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과 그 유전자가 여성부 출전 자격을 제한해야 할 근거가 된다는 판단은 구분되어야 한다.

그럼에도 스포츠계에서는 유전자 검사가 제공하는 과학적 정보가 여성부 출전 자격을 판정하는 제도적 권위와 결합했다.

선수들은 그 기준에 따라 분류되었고, 기준에 부합하지 않는 경우 추가적인 검사를 받아야 했다.

이 과정에서 의과학적 지식은 단순히 인간의 신체를 설명하는 지식에 머무르지 않았다. 스포츠에서 누구를 여성으로 인정할 것인가를 결정하는 규범적 권위의 근거가 되었다.

이것이 스포츠 성판별에서 나타나는 지식·권력의 중요한 특징이다.

다만 이를 과학이 의도적으로 잘못된 지식을 만들어냈다는 의미로 이해해서는 안 된다. PCR 기술 자체는 특정한 유전적 특성을 확인하는 데 유효한 과학적 기술이었다.

문제는 그 과학적 지식 가운데 일부가 선택되어 성별을 구분하는 절대적인 기준처럼 활용되는 과정에 있었다.

더욱 흥미로운 것은 이러한 제도적 권위가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는 사실이다.

1992년 IOC는 PCR 검사를 과거의 염색체 검사보다 정밀하고 객관적인 성판별 기술로 인정했다. 그러나 1999년에는 그 검사 방식이 성별 판정의 충분한 근거가 되지 못한다는 비판을 수용하여 일률적인 검사를 중단했다.

동일한 기술에 대한 제도적 평가가 역사적 조건 속에서 달라진 것이다.

이는 과학적 지식이 반드시 변하지 않는 진리의 형태로 제도에 반영되는 것이 아니라, 특정 시대의 사회적 가치와 규범, 권력관계 속에서 선택되고 정당화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과학은 특정한 유전자가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낼 수 있다. 그러나 그 유전자를 가진 사람을 스포츠에서 어떤 범주에 배치해야 하는지는 과학적 사실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바로 이 지점에서 성판별은 단순한 의학적 분석을 넘어 사회학적 분석의 대상이 된다.

9. 성별의 경계는 사라지지 않았다

1999년 IOC의 결정은 스포츠 성판별의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1960년대 후반부터 이어진 일률적인 염색체·유전자 검사가 중단되었고, 여성 선수 전체에게 생물학적 성별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던 제도에도 변화가 나타났다.

그러나 이것이 스포츠에서 성별을 둘러싼 논쟁이 끝났음을 의미하지는 않았다.

여성부와 남성부를 구분하는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었으며, 그 구분을 정당화하는 과학적 근거를 찾으려는 시도도 계속되었다.

특히 테스토스테론과 운동 능력의 관계에 관한 연구가 축적되면서 스포츠계는 새로운 방식으로 공정성 문제에 접근하기 시작했다.

이전에는 여성인지 남성인지를 구분하기 위해 염색체와 유전자를 확인했다면, 이후에는 특정한 호르몬의 농도와 작용이 경기력에 어떤 영향을 미치는가에 더욱 주목하게 된 것이다.

이러한 변화는 2011년 고안드로겐(hyperandrogenism) 규정의 도입으로 제도화되었다.

이때부터 성판별을 둘러싼 논쟁의 중심에는 염색체나 유전자의 존재 여부가 아니라, 여성 선수의 테스토스테론 농도와 경기력상의 이점이 놓이게 된다.

그러나 호르몬을 기준으로 여성부의 경계를 설정하려는 시도 역시 새로운 과학적·윤리적 논쟁을 불러일으켰다.

스포츠는 여전히 공정한 경쟁을 위해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야 했지만, 과학이 밝혀내는 인간의 성적 특성은 이러한 구분보다 훨씬 복잡했기 때문이다.

결국 성판별 검사의 역사는 과학이 점점 더 정밀해지면서 성별을 명확하게 구분하게 된 역사가 아니었다.

오히려 과학이 인간의 성별에 관한 더 많은 사실을 밝혀낼수록, 스포츠는 그 복잡한 현실을 두 개의 제도적 범주에 맞추기 위해 새로운 기준을 만들어야 했던 역사였다.

1999년에 중단된 것은 일률적인 유전자 검사였지만,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과학적으로 확정하려는 시도는 끝나지 않았다.

그 시도는 이제 호르몬이라는 새로운 기준을 통해 이어진다.


이 글은 이전에 쓴 논문을 재구성한 것이다. 원논문의 핵심 논의와 학술적 근거를 유지하되 사실관계를 수정·보완하였다.

원논문

한승백(2024). 스포츠 성판별 분석의 딜레마: 의과학기술 진보와 성별 이분법의 줄다리기. 『한국스포츠사회학회지』, 37(특별호), 45–68.

https://doi.org/10.22173/ksss.2024.37.Special%20Issue.4

주요 참고문헌

  • Elsas, L. J., et al. (2000). Gender verification of female athletes. Genetics in Medicine, 2(4), 249–254. https://doi.org/10.1097/00125817-200007000-00008
  • Erikainen, S. (2019). Gender verification and the making of the female body in sport: A history of the present. Routledge.
  • Foucault, M. (1972). The archaeology of knowledge and the discourse on language. Pantheon Books.
  • Foucault, M. (1980). Power/knowledge: Selected interviews and other writings, 1972–1977. Pantheon Books.
  • Franke, W. W., & Berendonk, B. (1997). Hormonal doping and androgenization of athletes: A secret program of the German Democratic Republic government. Clinical Chemistry, 43(7), 1262–1279. https://doi.org/10.1093/clinchem/43.7.1262
  • Genel, M., & Ljungqvist, A. (2005). Essay: Gender verification of female athletes. The Lancet, 366, S41.
  • Karkazis, K., Jordan-Young, R., Davis, G., & Camporesi, S. (2012). Out of bounds? A critique of the new policies on hyperandrogenism in elite female athletes. The American Journal of Bioethics, 12(7), 3–16. https://doi.org/10.1080/15265161.2012.680533
  • Pieper, L. P. (2016). Sex testing: Gender policing in women's sports. University of Illinois Press.
  • Serrat, A., & García de Herreros, A. (1996). Gender verification in sports by PCR amplification of SRY and DYZ1 Y chromosome specific sequences: Presence of DYZ1 repeat in female athletes. British Journal of Sports Medicine, 30(4), 310–312. https://doi.org/10.1136/bjsm.30.4.310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