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 Seungbaek Blog
여성처럼 보이는지를 확인하는 것만으로는 충분하지 않았다. 1960년대 스포츠계는 보다 확실한 성별 판정 방법을 찾기 시작했다. 의사가 선수의 몸을 직접 관찰하는 대신, 세포 속의 염색체를 확인하면 누구나 인정할 수 있는 객관적인 결과를 얻을 것이라고 기대했다.
당시의 과학적 이해에 따르면 인간의 성별을 결정하는 가장 기본적인 요소는 성염색체였다. 일반적으로 여성은 XX, 남성은 XY의 성염색체를 가진다. 따라서 염색체를 확인하면 외모나 신체적 특징에 의존하지 않고도 여성과 남성을 정확히 구분할 수 있을 것처럼 보였다.
무엇보다 염색체 검사는 이전 시대의 굴욕적인 신체검사를 대체할 수 있는 방법이었다. 여성 선수들이 의료진 앞에서 옷을 벗어야 했던 '누드 퍼레이드'와 달리, 세포를 채취하는 간단한 검사만으로 성별을 확인할 수 있었기 때문이다.
그러나 염색체 검사의 도입은 예상하지 못했던 문제를 불러왔다. 성별을 더욱 정확하게 구분하려는 과학적 기술이 오히려 인간의 성별이 얼마나 복잡한지를 드러내기 시작한 것이다.
1950년대와 1960년대에 걸쳐 유전학과 세포생물학이 발전하면서 염색체와 인간의 성발달에 관한 과학적 이해가 크게 확대되었다. 특히 성염색체의 수와 조합이 생식기관의 발달을 비롯한 다양한 성적 특성과 관련되어 있다는 사실이 밝혀졌다.
스포츠계는 이러한 과학적 발견에서 성판별의 새로운 가능성을 찾았다.
그 중심에 있었던 것이 '부칼 도말 검사(Buccal Smear Test)'와 '바르 소체 검사(Barr Body Test)'였다.
부칼 도말 검사는 입 안쪽의 볼 점막에서 세포를 채취하는 방법이다. 이렇게 얻은 세포를 염색한 뒤 현미경으로 관찰하여 바르 소체가 있는지를 확인했다.
바르 소체란 무엇인가?
인간은 일반적으로 46개의 염색체를 가지고 있으며, 이 가운데 두 개가 성염색체다. 일반적인 여성의 세포에는 두 개의 X 염색체가 존재한다. 그런데 두 X 염색체가 모두 동일한 방식으로 기능하는 것은 아니다. 대부분의 세포에서는 X 염색체 가운데 하나가 비활성화되며, 이 비활성화된 염색체가 세포핵 안에서 응축된 형태로 나타나기도 한다. 이를 '바르 소체'라고 한다.
따라서 일반적인 XX 세포에서는 바르 소체가 관찰될 수 있지만, X 염색체가 하나인 일반적인 XY 세포에서는 관찰되지 않는다.
스포츠계는 이 차이를 성별 구분의 근거로 활용했다. 여성 선수의 구강 점막 세포에서 바르 소체가 확인되면 여성의 성염색체 구성을 가진 것으로 판단했고, 확인되지 않으면 추가적인 검사를 받아야 했다.
중요한 점은 바르 소체 검사가 Y 염색체를 직접 확인하는 검사가 아니라는 사실이다. 이 검사는 세포 내에서 비활성화된 X 염색체의 존재를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따라서 바르 소체가 없다고 해서 반드시 Y 염색체가 존재한다는 뜻은 아니며, 바르 소체가 있다고 해서 Y 염색체가 존재하지 않는다는 의미도 아니다.
그럼에도 당시에는 이 방법이 이전의 육안 검사보다 훨씬 과학적이고 객관적인 성별 확인 방법으로 받아들여졌다(Genel & Ljungqvist, 2005; Pieper, 2016).
1967년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바르 소체를 활용한 염색체 검사를 공식적으로 도입했다. 1968년에는 국제올림픽위원회(IOC)도 이 방식을 채택했다.
1968년 프랑스 그르노블 동계올림픽에서는 일부 여성 선수를 대상으로 검사가 실시되었다. 약 20%의 선수를 무작위로 선정한 시범적 적용이었다. 이후 같은 해 개최된 멕시코시티 하계올림픽에서는 여성 참가 선수 전체를 대상으로 검사가 확대되었다.
이로써 여성 선수는 더 이상 의사에게 자신의 외부 신체를 보여줄 필요가 없게 되었다. 대신 세포 속 염색체의 특징을 통해 여성임을 확인받게 되었다.
그러나 검사 방식이 바뀌었다고 해서 스포츠에서 성별을 구분하는 기본적인 사고방식까지 달라진 것은 아니었다.
육안 검사 시대에는 여성의 외부 신체가 판단의 기준이었다면, 염색체 검사 시대에는 XX라는 특정한 성염색체 구성이 여성의 생물학적 표준으로 자리 잡았다.
성별을 구분하는 기준이 눈에 보이는 신체에서 세포 속으로 이동한 것이다.
스포츠계가 염색체 검사를 도입한 이유는 분명했다. 여성과 남성을 더욱 정확하게 구분하기 위해서였다.
그러나 검사가 시행되면서 일반적인 성염색체 구성과 외부 신체의 성적 특징이 일치하지 않는 사람들이 존재한다는 문제가 부각되었다.
대표적인 사례가 안드로겐 불감증(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 AIS)이다.
안드로겐은 테스토스테론을 포함하는 호르몬 계열로, 남성의 생식기관과 2차 성징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그러나 호르몬이 분비된다는 사실과 그 호르몬이 신체에 실제로 작용한다는 사실은 구분해야 한다.
안드로겐이 작용하려면 신체의 세포가 안드로겐 수용체를 통해 호르몬의 신호를 받아들여야 한다. 안드로겐 불감증은 이 수용체의 기능에 차이가 생겨 호르몬이 정상적으로 작용하지 못하는 상태를 말한다.
완전 안드로겐 불감증(Complete 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 CAIS)을 가진 사람은 일반적으로 XY 성염색체를 가지며 고환에서 테스토스테론이 생성되지만, 신체가 안드로겐에 반응하지 못한다. 따라서 외부 생식기는 전형적인 여성의 형태로 발달하며, 성장 과정에서 여성으로 인식되고 살아가는 경우가 많다.
이러한 사람을 바르 소체 검사로 확인하면 어떤 결과가 나올까?
일반적인 XY 세포에는 비활성화된 두 번째 X 염색체가 없으므로 바르 소체도 관찰되지 않는다. 따라서 바르 소체를 기준으로 하는 성판별 검사에서는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가지고 살아온 사람이 여성부 출전 자격을 의심받는 상황이 발생할 수 있다.
여기에는 중요한 과학적 모순이 있다.
스포츠계가 여성부와 남성부를 구분하는 주요 이유는 일반적으로 남성의 생물학적 발달이 가져오는 경기력상의 이점, 특히 근력과 운동 능력의 차이를 고려하기 때문이다.
그런데 완전 안드로겐 불감증을 가진 사람은 안드로겐의 작용을 받아들이지 못하므로, 일반적인 남성의 안드로겐 작용에 따른 신체적 발달을 경험하지 않는다. 따라서 단순히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는 사실만으로 일반적인 남성의 신체적 이점을 가진다고 판단할 수 없다.
염색체 검사는 XY라는 유전적 구성을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것만으로 해당 선수가 어떤 신체적 특성을 가지고 있으며 경기력에 어떠한 이점을 가지는지는 충분히 설명하지 못했던 것이다.
문제는 완전 안드로겐 불감증에만 국한되지 않았다.
부분 안드로겐 불감증(Partial Androgen Insensitivity Syndrome, PAIS)의 경우 안드로겐에 대한 반응 정도가 다양하기 때문에 신체적 특성 역시 여러 형태로 나타날 수 있다.
이러한 사례는 인간의 성별을 이해하기 위해서는 성염색체뿐 아니라 호르몬의 생성과 작용, 생식기관의 발달, 외부 신체의 특징 등을 함께 고려해야 한다는 사실을 보여준다.
그런데 바르 소체 검사는 이러한 복잡한 생리학적 상태를 하나의 지표로 단순화했다.
여성의 몸을 가진 선수가 검사에서는 여성의 기준에 부합하지 않을 수 있다는 사실. 이것은 스포츠계가 기대했던 과학적 성판별의 정확성에 근본적인 의문을 제기했다.
바르 소체 검사가 지닌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스포츠계는 보다 정밀한 염색체 검사 방법을 활용하기 시작했다.
대표적인 것이 핵형 분석(Karyotype Analysis)이다.
바르 소체 검사가 세포핵 안에 특정한 염색체 구조가 존재하는지를 간접적으로 확인하는 방법이라면, 핵형 분석은 염색체 자체의 수와 구조를 관찰하는 방법이다.
세포가 분열할 때 염색체는 응축되어 현미경으로 관찰하기 쉬운 형태가 된다. 핵형 분석은 이러한 염색체를 배열하여 그 수와 구조를 확인한다. 따라서 XX와 XY뿐 아니라 다양한 염색체의 수적·구조적 변이를 확인하는 데 활용할 수 있다.
다만 핵형 분석이 바르 소체 검사를 일시에 대체한 것은 아니었다. 스포츠에서는 바르 소체 검사가 일차적인 선별검사로 사용되었으며, 검사 결과가 불명확하거나 추가 확인이 필요한 경우 핵형 분석과 임상적 검사를 실시하는 방식이 활용되었다.
1972년 뮌헨올림픽 무렵에는 바르 소체 검사와 함께 Y 염색체와 관련된 형광 소체 검사도 사용되었다. 이러한 선별검사로 충분한 판단이 어려울 경우 핵형 분석이 추가적인 확인 방법으로 활용되었다.
따라서 이 시기를 핵형 분석이 모든 여성 선수를 대상으로 하는 새로운 검사로 일괄 대체된 시점으로 이해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그러나 중요한 것은 검사 기술의 세부적인 변화보다 더욱 정밀한 분석을 통해 무엇이 밝혀졌는가이다.
염색체를 직접 분석하면서 과학자들은 인간의 성염색체가 단순히 XX와 XY라는 두 가지 조합으로만 구성되는 것은 아니라는 사실을 확인했다.
예를 들어 클라인펠터 증후군(Klinefelter Syndrome)은 일반적으로 XXY의 성염색체 구성을 가진다. 이 경우 X 염색체가 두 개 존재하기 때문에 바르 소체가 관찰될 수 있지만, 신체는 대체로 남성의 방향으로 발달한다.
반대로 터너 증후군(Turner Syndrome)은 일반적으로 X 염색체가 하나인 45,X의 염색체 구성을 가진다. 이들은 일반적으로 여성으로 발달하지만, 두 번째 X 염색체가 없기 때문에 바르 소체가 관찰되지 않는다.
다시 말해 바르 소체가 존재한다고 해서 반드시 여성의 신체적 특징을 가진 것은 아니며, 바르 소체가 존재하지 않는다고 해서 반드시 남성의 신체적 특징을 가진 것도 아니다.
여기에 XYY, XXX와 같은 성염색체 구성도 존재한다.
또한 한 사람의 몸 안에서도 모든 세포가 동일한 성염색체 구성을 갖는 것은 아닐 수 있다. 이를 모자이크 현상(mosaicism)이라고 한다. 예컨대 일부 세포는 XX, 다른 세포는 XY의 성염색체 구성을 가지는 경우가 있다.
물론 이러한 성염색체 변이들이 모두 동일한 신체적 특징을 나타내는 것은 아니다. 같은 성염색체 구성을 가진 사람들 사이에서도 성발달과 신체적 특성은 다르게 나타날 수 있다.
바로 이 지점이 중요하다.
염색체 분석은 성별의 생물학적 토대를 이해하는 데 중요한 과학적 진보였다. 그러나 그 진보가 보여준 사실은 남성과 여성이 언제나 하나의 염색체 지표에 따라 명확하게 나뉜다는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인간의 성적 특성이 예상보다 복잡하게 구성되어 있다는 사실이었다.
성별을 명확하게 구분하기 위해 도입한 과학적 분석이, 역설적으로 그 구분의 복잡성을 드러낸 것이다.
여기서 스포츠의 성판별이 가진 근본적인 딜레마가 드러난다.
스포츠는 여성부와 남성부라는 두 개의 범주를 운영한다. 이러한 구분은 신체적 차이에 따른 경쟁 조건을 조정하고, 공정한 경쟁을 유지하기 위한 제도적 장치다.
그러나 인간의 생물학적 성적 특성은 이러한 제도적 구분과 반드시 일치하지 않는다.
일반적인 XX와 XY의 성염색체 구성은 인간의 성발달을 설명하는 중요한 생물학적 특징이지만, 모든 개인의 신체적 특징과 성발달 과정을 빠짐없이 설명할 수 있는 기준은 아니다.
핵형 분석을 통해 다양한 성염색체 구성이 확인되었고, 안드로겐 불감증과 같은 사례는 동일한 염색체 구성이 반드시 동일한 호르몬 작용과 신체적 발달로 이어지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렇다면 스포츠에서 여성임을 판정하는 기준은 무엇이어야 하는가?
염색체인가? 외부 생식기의 형태인가? 호르몬의 분비와 작용인가? 아니면 경기력에 실제로 영향을 미치는 생리학적 특성인가?
여기에는 과학적 판단과 제도적 판단이라는 두 가지 문제가 존재한다.
과학은 인간의 성적 특성이 어떻게 형성되고 발달하는지 설명할 수 있다. 또한 특정한 염색체나 호르몬이 어떤 신체적 기능과 관련되는지 연구할 수 있다.
그러나 이 가운데 어떤 특성을 여성부 출전 자격의 기준으로 삼아야 하는가는 과학적 사실만으로 자동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예를 들어 XY 염색체를 가진 사람에게 Y 염색체가 존재한다는 것은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사실이다. 그러나 그 사람이 여성부 경기에 출전해서는 안 된다는 판단은 별도의 규범적·제도적 결정이다.
그 판단에는 스포츠가 무엇을 공정한 경쟁으로 정의하는지, 어떤 생물학적 차이를 출전 자격을 제한할 만큼 중요한 것으로 간주하는지에 대한 가치 판단이 포함된다.
바로 이 때문에 스포츠의 성판별은 단순한 의과학적 검사가 아니라 사회적·제도적 문제이기도 하다.
성별의 복잡성을 설명하는 과학적 지식이 증가했음에도, 스포츠는 여성부와 남성부라는 구분을 유지해야 했다. 그러기 위해서는 다양한 생물학적 특징 가운데 일부를 선택하여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규정할 필요가 있었다.
여기서 의과학적 지식은 성별의 다양성을 설명하는 역할과 동시에, 특정한 성별 구분을 정당화하는 역할을 수행했다.
이러한 이중적 기능은 푸코의 지식·권력(power/knowledge) 개념을 통해 이해할 수 있다.
푸코(Foucault)는 지식을 단순히 객관적 사실의 축적으로만 이해하지 않았다. 그는 어떤 지식이 특정한 시대에 진리로 받아들여지고, 그 진리가 사회적 규범과 제도를 정당화하는 과정에 주목했다.
특히 근대 사회에서는 의학, 정신의학, 생물학과 같은 전문 지식이 정상과 비정상을 구분하는 중요한 기준으로 작용한다. 이러한 지식은 인간의 신체와 행동을 설명하는 동시에, 무엇이 정상적인 신체이고 어떤 상태가 규제나 교정의 대상인지를 구분하는 권위로 기능한다(Foucault, 1977, 1980).
스포츠의 염색체 검사는 이러한 지식·권력 관계를 살펴볼 수 있는 사례다.
염색체 검사가 도입되기 전까지 성별 확인은 주로 외부 신체에 대한 의학적 관찰에 의존했다. 그러나 염색체 검사가 도입되면서 여성이라는 자격을 판단하는 권위는 세포생물학과 유전학으로 이동했다.
이제 스포츠계는 여성 선수의 외모나 신체적 특징보다 성염색체라는 과학적 지표를 성별 확인의 중요한 근거로 제시할 수 있게 되었다.
그러나 염색체를 확인한다는 행위와 그 결과를 통해 여성부 출전 자격을 결정한다는 행위는 동일하지 않다.
전자는 과학적 분석이지만, 후자는 스포츠 기구가 정한 규정의 적용이다.
문제는 이러한 두 행위가 하나의 과학적 판단처럼 받아들여졌다는 데 있다.
바르 소체가 확인되지 않은 선수는 추가 검사를 요구받았고, 그 결과에 따라 여성부 출전 자격을 제한받을 수 있었다. 여성으로 태어나 성장하고 살아온 사람이라도 스포츠 기구가 채택한 생물학적 지표에 부합하지 않으면 여성이라는 사실을 다시 증명해야 했다.
이러한 검사는 여성이라는 정체성 자체를 곧바로 결정하는 것은 아니었지만, 적어도 스포츠라는 제도적 공간에서 누구를 여성으로 인정할 것인지를 결정하는 권력으로 작동했다.
여기서 주목해야 할 것은 과학의 역할이다.
과학은 성염색체의 다양성과 성발달의 복잡성을 밝혀냈다. 그러나 스포츠 제도는 이러한 과학적 지식 전체를 그대로 수용하기보다, 여성부 출전 자격을 판단하는 데 필요한 특정한 지표를 선택했다.
그렇게 선택된 지표는 과학의 권위를 통해 정당화되었고, 선수의 경기 참가 자격을 결정하는 규범으로 작동했다.
따라서 염색체 검사 시대의 핵심적인 문제는 과학이 성별에 관한 잘못된 사실만을 제시했다는 데 있지 않다.
과학적으로 확인할 수 있는 성적 특성 가운데 특정한 지표를 선택하고, 그것을 여성이라는 범주의 경계를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했다는 데 있다.
이러한 관점에서 보면 스포츠의 성판별 검사는 생물학적 성별을 확인하는 기술이면서 동시에 스포츠가 요구하는 성별 이분법을 유지하는 제도적 장치이기도 했다.
과학적 지식은 인간의 성별이 복잡하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지만, 스포츠는 여전히 여성과 남성을 구분해야 했다.
그리고 그 구분을 유지하는 데 과학적 지식의 권위가 동원되었다.
1960년대 후반에 도입된 염색체 검사는 스포츠의 성판별 역사에서 중요한 전환점이었다.
육안 검사 시대에 성별을 확인하는 기준이 외부 신체의 특징이었다면, 염색체 검사 시대에는 세포 속의 생물학적 구조가 그 기준으로 활용되었다.
이는 분명 과학기술의 발전이었다. 바르 소체 검사와 핵형 분석은 외모나 육안에 의존하던 검사보다 인간의 성적 특성에 관한 훨씬 많은 정보를 제공할 수 있었다.
그러나 그 정보가 많아질수록 성별을 단순하게 구분하기 어렵다는 사실도 함께 드러났다.
바르 소체의 존재 여부는 모든 사람의 성별을 판정하는 데 충분하지 않았고, 핵형 분석 역시 다양한 성염색체 구성을 확인하면서 인간의 성발달이 단순한 XX와 XY의 구분만으로 설명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그럼에도 스포츠계는 염색체를 활용한 성판별을 장기간 유지했다. 검사 기술의 한계를 보완하기 위해 추가적인 의학적 평가가 이루어졌지만, 여성 선수들에게 생물학적 성별을 증명하도록 요구하는 기본적인 제도는 쉽게 사라지지 않았다.
1990년대에 이르러 스포츠계는 다시 새로운 해결책을 찾기 시작했다.
이번에는 염색체의 수와 구조를 확인하는 것을 넘어, 성발달과 관련된 특정 유전자를 직접 확인하는 기술이 등장했다.
중합효소연쇄반응(PCR)을 활용한 유전자 검사였다.
기술의 발전으로 스포츠계는 더욱 정밀한 성별 확인이 가능해질 것이라고 기대했다. 그러나 이러한 기대는 다시 새로운 과학적·윤리적 논쟁을 불러왔다.
염색체 분석이 성별의 복잡성을 보여주었다면, 유전자 검사는 그 복잡성을 특정 유전자의 존재 여부로 다시 구분하려는 시도였다.
이것이 다음 시기에 등장하는 스포츠 성판별의 새로운 딜레마였다.
이 글은 전에 쓴 논문을 재구성한 것이다. 원논문의 핵심 논의와 학술적 근거를 유지하되, 일부 사실관계를 바로잡았다.
원논문
한승백(2024). 스포츠 성판별 분석의 딜레마: 의과학기술 진보와 성별 이분법의 줄다리기. 『한국스포츠사회학회지』, 37(특별호), 45–68.
https://doi.org/10.22173/ksss.2024.37.Special%20Issue.4
주요 참고문헌
| 스포츠 성판별의 역사 ④ — 호르몬 규정과 끝나지 않는 성별 이분법의 문제 (0) | 2026.10.24 |
|---|---|
| 스포츠 성판별의 역사 ③ — SRY 유전자와 과학적 성판별의 한계 (0) | 2026.10.24 |
| 스포츠 성판별의 역사 ① — 육안 검사와 여성성의 규율 (0) | 2026.10.24 |
| KOVO 여자부 연봉 상한 인하와 인권위 조사 (0) | 2026.10.23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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