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 Seungbaek Blog
국가인권위원회가 한국배구연맹(KOVO)의 성차별적 보수 규정에 대한 정식 조사에 착수했다. KOVO 이사회가 2026-2027시즌부터 여자부 개인 보수(연봉+옵션) 상한을 기존 8억2500만 원에서 5억4000만 원으로 낮추기로 의결한 데 따른 것이다. 여자부에만 존재하는 개인 연봉 상한제와 남녀 보수·상금 격차에 합리적 근거가 있는지 따져보겠다는 것이다.
과거 프로배구는 여자부와 남자부가 같은 날, 같은 장소에서 경기가 열렸다. 평일 기준으로 오후 5시에 여자배구 경기가 치러지고, 경기가 끝나면 오후 7시쯤 남자배구가 이어졌다. 직장인 관중의 이동 시간을 감안하면 여자배구는 남자부 경기를 위한 ‘오프닝 경기’에 가까웠다. 그러나 2017-2018시즌 남녀부 일정이 분리된 뒤 판이 바뀌었다. 여자 프로배구는 시청률에 이어 관중 수에서도 남자부를 앞지르며 V-리그의 메인 콘텐츠로 자리 잡았다.
문제는 흥행의 중심이 옮겨갔는데도 보상과 규정이 그 변화에 맞춰 재정렬되지 않았다는 점이다. 오히려 여자부에만 존재하던 개인 연봉 상한은 더 낮아졌다. 이 제도적 역진은 ‘연봉 거품’ 논란이 키운 여론과 맞물려 있다. KOVO는 외국인 선수 의존도가 높은 리그이고, 아시아쿼터 도입 이후 그 의존도는 더 커졌다. 외국인·아시아쿼터 자원의 기여도가 커질수록 “기여도는 외국인이 더 큰데 왜 국내 선수 연봉이 더 높은가”라는 여론이 확산됐다. 여기에 VNL 30연패라는 대표팀 성적 부진이 겹치면서 “실력보다 지나치게 돈을 많이 받는다”는 여론이 힘을 얻었다. 이번 KOVO의 개인 연봉 상한 축소는 ‘연봉 거품’ 담론과 대표팀 부진이 만든 분노 여론에 편승한 결정이었다.
그러나 이 사안의 본질은 ‘누가 얼마를 받느냐’가 아니라, 규정이 어떻게 설계돼 누구에게 어떻게 적용되는가라는 제도설계에 있다. 이 관점에서 KOVO 보수 체계 논의의 출발점은 개인 상한이 아니라 샐러리캡이어야 한다. 여자부 샐러리캡은 낮게 출발했고 남자부와의 총액 격차도 오랫동안 유지돼 왔다. 여자부가 흥행의 중심으로 올라선 뒤에도 남자부 56억1000만 원, 여자부 30억 원이라는 총액 격차가 그대로인 상황에서 여자부의 개인 상한만 더 낮추면 무엇이 달라질까.
이는 “상위 연봉만 조정하면 공정해진다”는 착시를 만들 뿐이며, 정해진 총량을 손대지 않은 채 상위 보수를 눌러 내부 배분만 재정리하는 ‘질서 유지’에 가깝다. 더 중요한 것은 여자부에만 ‘이중 통제’가 걸려 있다는 점이다. 여자부는 샐러리캡에 더해 개인 연봉 상한까지 적용되지만, 남자부에는 개인 상한이 없다. 그 결과 여자부는 흥행의 주체이면서도, 제도 안에서는 ‘협상 상대’가 아니라 ‘관리 대상’으로 취급된다.
KOVO는 문화체육관광부 소관의 사단법인이다. 선수 보수 체계를 이사회 의결로 정한다는 점에서 자율의 영역이 있는 것은 맞다. 다만 자율은 면책이 아니다. 자율은 사회적 보편 기준 안에서 책임 있게 작동해야 한다. 사단법인을 특정 부처의 소관 단체로 두는 이유도, 공익을 해치거나 규정이 상식에 어긋날 때 해당 부처가 근거를 요구하고 시정을 촉구하라는 데 있다. 성별에 따라 규제 강도가 비대칭으로 설계돼 있다면 문체부는 그 차이에 대한 근거를 요구하고 공정한 기준으로 재설계를 요구해야 한다. 결국 이 사안은 인권위의 사후 조사로 갈 일이 아니라, 문체부가 관리·감독 차원에서 선제 점검과 시정 요구를 했어야 할 사안이다.
출처 : 강원도민일보(https://www.kado.ne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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