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 Seungbaek Blog
1999년 국제올림픽위원회(IOC)는 여성 선수 전체를 대상으로 시행하던 일률적인 성판별 검사를 중단했다.
30년 넘게 이어졌던 염색체·유전자 검사가 과학적 타당성과 인권 문제에 대한 비판으로 더 이상 유지되기 어려워졌기 때문이다.
그러나 검사가 중단되었다고 해서 스포츠에서 성별을 둘러싼 논쟁이 끝난 것은 아니었다. 여성부와 남성부를 구분하는 제도는 그대로 유지되었고,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생물학적 차이를 고려해야 한다는 요구도 사라지지 않았다.
오히려 성별을 판정할 새로운 기준이 필요해졌다.
그동안 스포츠계는 여성과 남성을 구분하기 위해 외부 신체를 관찰했고, 염색체를 분석했으며, 특정 유전자의 존재 여부를 확인했다. 하지만 이러한 검사들은 인간의 성적 특성이 단순한 두 개의 범주로 구분되지 않는다는 사실을 드러냈다.
2000년대 들어 스포츠계가 새롭게 주목한 것은 테스토스테론이었다.
그 이유는 이전의 성판별 방식과 다소 달랐다. 테스토스테론은 단순히 남성과 여성의 신체적 차이를 설명하는 지표가 아니라, 근육의 발달과 운동 능력에 영향을 미치는 호르몬이었기 때문이다.
성별을 구분하기 위한 검사가 경기력상의 이점을 규제하기 위한 문제와 본격적으로 결합하기 시작한 것이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을 기준으로 여성부 출전 자격을 결정하려는 시도 역시 새로운 과학적·윤리적 논쟁을 불러왔다.
여성이라는 사실은 인정하면서도, 여성부에 출전하기 위해 자신의 호르몬 수치를 낮추도록 요구할 수 있는가?
호르몬 시대의 성판별은 바로 이 질문에서 시작된다.
1999년 이후 IOC와 국제육상경기연맹(IAAF)은 여성 선수 전체를 대상으로 하는 일률적인 성판별 검사를 중단했다. 그러나 특정 선수의 성별에 의문이 제기되는 경우 개별적인 의학적 평가를 실시할 수 있는 가능성은 남겨두었다.
따라서 성판별 검사의 중단은 여성부 출전 자격에 대한 의학적 판단의 종결을 의미하지 않았다.
오히려 모든 여성을 검사하는 방식에서 특정한 신체적 특징을 가진 여성이 검사의 대상이 되는 방식으로 변화했다.
그 대표적인 사례가 인도의 산티 사운다라잔(Santhi Soundarajan)이다.
2006년 도하 아시안게임 여자 800m에서 사운다라잔은 은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경기 후 성별 확인 검사를 받았고, 그 결과 출전 자격을 인정받지 못해 메달을 박탈당했다.
당시 구체적인 검사 결과는 공식적으로 공개되지 않았다. 따라서 그가 어떤 염색체나 호르몬 특성을 가지고 있었는지 단정하기는 어렵다.
그러나 이 사건이 보여준 사회적 결과는 분명했다.
가난한 농촌 출신으로 국제대회 메달을 획득한 선수가 하루아침에 자신의 성별을 의심받는 처지에 놓였다. 경기장에서 성취한 성과는 부정되었고, 선수의 사생활과 신체적 특징이 공적인 논쟁의 대상이 되었다.
사운다라잔 사건을 분석한 센(Sen, 2010)은 이 과정에서 성별 규범뿐 아니라 계급과 사회적 지위에 따른 차별이 작동하고 있음을 지적했다.
스포츠가 여성 선수의 성별을 확인한다는 것은 단순히 검사 결과에 따라 출전 자격을 결정하는 행위가 아니었다. 그 판단은 선수의 사회적 지위와 명예, 생계, 그리고 여성이라는 정체성에까지 영향을 미칠 수 있었다.
이 문제가 세계적인 논쟁으로 확대된 것은 2009년이었다.
당시 열여덟 살이었던 남아프리카공화국의 캐스터 세메냐(Caster Semenya)는 베를린 세계육상선수권대회 여자 800m에서 우승했다.
그러나 그의 뛰어난 경기력과 근육질의 몸, 낮은 목소리는 성별에 대한 의혹을 불러일으켰다. 결국 IAAF는 세메냐에게 성별 확인 검사를 실시했다.
검사의 구체적인 내용은 공개되지 않았지만, 언론을 통해 그의 의학적 정보에 관한 추측과 보도가 확산되었다. 세메냐는 국제대회에 참가하지 못하는 기간을 거친 후 2010년 7월 다시 출전 자격을 인정받았다.
세메냐 사건에서 주목할 것은 뛰어난 경기력이 성별에 대한 의심의 근거가 되었다는 사실이다.
여성 선수의 성과는 원칙적으로 훈련과 재능의 결과로 평가받아야 한다. 그러나 세메냐의 경우 뛰어난 경기력 자체가 그가 정말 여성인지 의심하게 만드는 이유 가운데 하나였다.
이 점에서 세메냐 사건은 1936년 베를린올림픽에서 헬렌 스티븐스가 겪었던 성별 논란과 놀라울 정도로 닮아 있었다.
70여 년이 지났고 성별에 관한 의과학적 지식은 크게 발전했지만, '남성처럼 보이는 여성 선수'에 대한 사회적 의심은 여전히 반복되고 있었던 것이다.
다만 세메냐 사건에서는 이전과 다른 중요한 변화도 나타났다.
논쟁의 중심이 단순한 외모나 염색체가 아니라, 테스토스테론이라는 호르몬과 경기력의 관계로 옮겨가기 시작했다는 점이다.
테스토스테론은 남성과 여성 모두의 몸에서 생성되는 호르몬이다. 근육의 발달과 단백질 합성, 골격 형성 등 다양한 생리적 기능에 관여하며, 운동 능력과도 밀접한 관계가 있다.
일반적으로 남성의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는 여성보다 높다. 특히 남성 사춘기를 거치면서 증가하는 테스토스테론은 근육량과 근력의 발달에 중요한 역할을 한다.
따라서 스포츠계가 테스토스테론을 경기의 공정성과 연결하여 이해한 것은 일정한 생리학적 근거를 갖고 있었다.
문제는 그 관계를 개인의 여성부 출전 자격에 어떻게 적용할 것인가였다.
2011년 IAAF는 새로운 고안드로겐 규정(Hyperandrogenism Regulations)을 도입했다.
고안드로겐이란 체내 안드로겐의 농도가 일반적인 여성의 범위보다 높게 나타나는 상태를 의미한다. IAAF는 자연적으로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가진 일부 여성 선수가 경기력에서 이점을 누릴 수 있다고 보고, 여성부 출전 자격을 결정하는 새로운 규정을 마련했다.
당시 규정에서는 혈중 테스토스테론 농도 10 nmol/L가 중요한 기준으로 활용되었다.
다만 모든 여성 선수가 이 수치를 초과하면 자동으로 출전이 금지되는 것은 아니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더라도 안드로겐 불감증으로 인해 호르몬의 작용에 따른 경기력상의 이점이 없다고 판단되는 경우에는 출전할 수 있었다.
이는 이전의 성판별 규정과 중요한 차이를 보여준다.
과거에는 염색체나 특정 유전자의 존재 여부를 통해 생물학적 성별을 확인하려 했다면, 새로운 규정은 그 생물학적 특성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가를 중요한 판단 요소로 삼았다.
2012년 런던올림픽에서도 IOC는 이와 유사한 원칙을 적용했다.
이러한 변화는 스포츠에서 여성부 출전 자격을 판단하는 새로운 방식을 제시했다는 점에서 의미가 있다.
그러나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여성부 출전 자격의 기준으로 등장하자 또 다른 문제가 제기되었다.
과연 특정한 호르몬 수치를 기준으로 경기력상의 이점을 충분히 판단할 수 있는가?
그리고 그 기준은 어떻게 결정되는가?
이러한 질문에 대한 논쟁은 곧 스포츠중재재판소(Court of Arbitration for Sport, CAS)로 이어졌다.
2015년 인도의 단거리 선수 두티 찬드(Dutee Chand)는 IAAF의 고안드로겐 규정에 이의를 제기했다.
찬드는 자연적으로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가진 여성 선수에게 출전 자격 제한을 부과하는 것이 부당하다고 주장했다.
CAS는 찬드의 주장을 일부 받아들였다.
재판부는 테스토스테론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일반적인 생리학적 사실을 부정하지 않았다. 다만 자연적으로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은 여성 선수들이 다른 여성 선수들에 비해 얼마나 큰 경기력상의 이점을 누리는지, 그 이점이 출전 자격을 제한할 만큼 중요한지에 관한 과학적 근거가 충분하지 않다고 판단했다.
이에 따라 CAS는 IAAF의 고안드로겐 규정의 효력을 일시 정지하고, 추가적인 과학적 근거를 제시하도록 요구했다.
이 판정은 중요한 의미를 지닌다.
테스토스테론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과, 특정한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넘는 선수에게 출전 자격을 제한해야 한다는 주장은 동일하지 않기 때문이다.
후자의 주장을 정당화하려면 실제 경기력상의 이점이 어느 정도인지, 그리고 그 이점이 여성부 출전을 제한할 만큼 중요한지에 대한 추가적인 논증이 필요하다.
이후 IAAF는 관련 연구와 자료를 제시하면서 2018년 새로운 성발달차이(DSD) 선수 출전 자격 규정을 마련했다.
2018년 규정은 2011년 규정보다 적용 대상을 구체화했다.
일부 XY 성발달차이를 가지고 있으며,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높고, 안드로겐의 작용에 반응하는 선수가 규제 대상이었다. 또한 모든 육상 종목에 적용되는 것이 아니라 400m부터 1마일까지의 특정 달리기 종목을 대상으로 했다.
해당 선수가 이러한 종목의 국제대회에 참가하려면 혈중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5 nmol/L 미만으로 최소 6개월 동안 유지해야 했다.
2011년 규정의 기준이었던 10 nmol/L보다 낮아진 것이다.
세메냐는 이 규정에 맞서 법적 대응에 나섰지만, 2019년 CAS는 규정이 차별적인 성격을 지니고 있음을 인정하면서도 여성부 경기의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한 필요하고 비례적인 조치라고 판단했다. 2020년 스위스 연방대법원도 세메냐의 이의를 받아들이지 않았다.
그러나 논쟁은 끝나지 않았다.
2023년 3월 세계육상연맹(World Athletics, 구 IAAF)은 DSD 선수의 여성부 출전 자격을 더욱 강화했다.
기존의 5 nmol/L보다 낮은 2.5 nmol/L 미만을 기준으로 설정했고, 유지 기간 역시 원칙적으로 24개월 이상으로 연장했다. 또한 400m부터 1마일까지의 특정 종목에만 적용하던 규정을 육상 전 종목으로 확대했다. 다만 새롭게 규제를 받게 된 일부 종목의 기존 선수에게는 6개월의 경과조치가 마련되었다.
여기서 우리는 중요한 질문과 마주한다.
여성부 출전 자격을 구분하는 기준이 10 nmol/L에서 5 nmol/L로, 다시 2.5 nmol/L로 변화했다는 것은 무엇을 의미하는가?
새로운 연구 결과와 제도적 판단에 따라 수치가 변경되었다는 사실만으로 해당 규정이 과학적 근거 없이 결정되었다고 말할 수는 없다.
그러나 그 수치가 자연적으로 존재하는 남성과 여성의 절대적인 경계를 발견한 결과라고 보기도 어렵다.
테스토스테론은 신체적 특성과 경기력에 영향을 미치는 연속적인 생리학적 변수다. 그런데 스포츠는 이러한 연속적인 수치의 특정 지점을 선택하여 여성부 출전 자격을 부여하거나 제한하는 기준으로 사용한다.
과학은 테스토스테론의 작용과 경기력의 관계를 연구하지만, 어느 수치부터 출전 자격을 제한할 것인가는 제도적 판단을 필요로 한다.
이것이 호르몬 시대 성판별의 가장 중요한 특징이다.
고안드로겐 규정은 기존의 성판별 검사와 또 다른 중요한 차이를 가지고 있었다.
과거의 염색체·유전자 검사는 기본적으로 선수가 가지고 태어난 생물학적 특징을 확인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호르몬 규정에서는 일정한 조건을 충족하면 여성부 출전이 가능했다.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규정된 기준을 초과하더라도 이를 낮추면 다시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었기 때문이다.
이러한 변화는 일면 유연해진 성별 구분 기준처럼 보였다.
하지만 다른 측면에서는 새로운 형태의 신체적 통제를 의미하기도 했다.
선수는 여성이라는 법적 지위와 사회적 정체성을 가지고 있음에도, 여성부 경기에 출전하기 위해 자신의 호르몬 수치를 조절해야 하는 상황에 놓였다.
이때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가장 일반적인 방법 가운데 하나는 약물 치료였다.
그러나 건강상의 치료가 필요한 경우와 스포츠 출전 자격을 얻기 위해 의학적 개입을 요구받는 경우는 구분해야 한다.
높은 테스토스테론 수치가 그 자체로 반드시 치료가 필요한 질병을 의미하는 것은 아니기 때문이다.
고안드로겐 규정의 비판자들은 이러한 조치가 선수의 건강과 자기결정권을 침해할 위험이 있다고 지적했다(Karkazis et al., 2012).
호르몬 수치를 낮추는 약물은 선수에게 피로, 신체적 불편, 다양한 부작용을 초래할 수 있다. 또한 자신의 자연적인 신체적 특징을 경기 출전의 조건에 맞추어 변화시켜야 한다는 사실 자체가 심리적 부담으로 작용할 수 있다.
이러한 비판은 스포츠에서 여성부 출전 자격을 규정하는 권력의 성격을 다시 생각하게 한다.
과거 성판별 검사는 여성인지 아닌지를 판정하는 방식이었다. 그러나 호르몬 규정은 어떤 생리학적 상태의 여성에게 출전 자격을 부여할 것인지, 그리고 그 자격을 얻기 위해 선수의 몸이 어떻게 변화해야 하는지를 규정한다.
즉, 성별을 확인하는 제도에서 경기 참가를 위해 신체적 조건을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제도로 변화한 것이다.
푸코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권력이 개인의 신체를 규율하는 방식이 더욱 정교해진 사례로 해석할 수 있다.
이전에는 검사 결과에 따라 출전 자격을 인정하거나 제한했다면, 이제는 특정한 생물학적 수치를 관리하고 그 수치를 유지하도록 요구하는 방식이 등장한 것이다.
그렇다고 고안드로겐 규정에 대한 모든 비판이 여성부 경기의 공정성을 부정하는 것은 아니다.
여성부는 남성과 여성 사이에 존재하는 평균적인 신체 능력의 차이를 고려하여 공정한 경쟁의 기회를 제공하기 위해 마련된 제도적 범주다.
특히 근력과 스피드, 파워가 경기 결과에 중요한 영향을 미치는 종목에서는 이러한 구분이 상당한 의미를 가진다.
따라서 여성 선수들이 생물학적 조건의 차이로 인해 불공정한 경쟁을 하게 될 수 있다는 우려 역시 진지하게 검토해야 한다.
세계육상연맹은 바로 이 점을 규정의 정당화 근거로 제시했다. 특정한 성발달차이를 가진 선수가 안드로겐의 작용으로 상당한 경기력상의 이점을 얻는다면, 이를 규제하는 것이 여성부의 공정성을 보호하기 위해 필요하다는 주장이다.
반면 비판자들은 모든 신체적 차이가 출전 자격을 제한할 근거가 되는 것은 아니라고 주장한다.
실제로 스포츠에서는 키, 체격, 폐활량, 근섬유의 구성, 심폐지구력 등 다양한 선천적 특성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 일부 선수는 이러한 특성으로 인해 다른 선수보다 유리한 조건을 가지고 태어난다.
그러나 스포츠는 이러한 차이를 모두 불공정한 것으로 간주하지 않는다.
뛰어난 신체적 조건은 대체로 운동선수의 재능으로 인정된다. 그렇다면 어떤 생물학적 특성은 뛰어난 재능으로 인정하면서, 다른 특성은 공정성을 훼손하는 이점으로 규제하는 기준은 무엇인가?
물론 여성부의 존재 목적 자체가 특정한 생물학적 차이를 고려하는 데 있다는 점에서, 모든 신체적 이점을 동일하게 취급할 수는 없다.
바로 그렇기 때문에 어떤 차이가 출전 자격을 제한할 만큼 중요한지에 관한 과학적 근거와 규범적 논증이 필요하다.
이 논쟁에서 서로 다른 두 가지 문제가 충돌한다.
하나는 여성 선수들이 공정하게 경쟁할 권리다. 다른 하나는 자연적으로 형성된 신체적 특성 때문에 자신의 정체성과 건강, 스포츠 참여 기회를 제한받지 않을 권리다.
이 두 가지 문제 가운데 어느 하나만을 강조한다고 해서 갈등이 해결되지는 않는다.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어디까지 선수의 신체적 특징을 규제할 수 있는지, 그리고 그러한 규제가 선수의 기본적 권리를 어느 정도 제한할 수 있는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다.
세메냐의 법적 투쟁도 이러한 갈등을 보여준다.
스포츠 기구가 공정성을 보장하기 위해 특정한 출전 자격을 규정할 수 있다는 점과, 그러한 규정이 선수의 권리를 제한할 수 있다는 점은 동시에 존재한다.
결국 이 문제는 단순히 공정성과 인권 가운데 어느 하나를 선택하는 문제가 아니다.
어떤 조건에서 신체적 차이에 대한 규제가 정당화될 수 있는지, 그리고 그 과정에서 선수의 권리를 어떻게 보호할 것인지에 대한 지속적인 검토가 필요하다.
여기서 구분해야 할 문제가 하나 더 있다.
스포츠의 성별 논쟁에서는 성발달차이(DSD)를 가진 선수와 트랜스젠더 선수의 문제가 자주 함께 다뤄진다.
그러나 이들은 서로 다른 개념이며, 여성부 출전 자격에 관한 규정도 서로 다른 역사적 경로에서 발전했다.
성발달차이(Differences of Sex Development, DSD)는 염색체, 생식샘, 호르몬의 생성과 작용, 생식기관의 발달 등이 일반적인 성발달 양상과 다르게 나타나는 다양한 상태를 가리킨다.
반면 트랜스젠더는 출생 시 지정된 성별과 개인의 성별 정체성이 일치하지 않는 경우를 말한다.
두 개념은 동일하지 않으며, 성발달차이를 가진 사람이 반드시 트랜스젠더인 것도 아니다.
스포츠에서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 자격은 별도의 규정에 따라 발전해 왔다.
IOC는 2003년 스톡홀름 합의를 통해 성전환 수술과 법적 성별 인정, 호르몬 치료 등을 조건으로 트랜스젠더 선수의 출전 자격을 규정했다. 2015년에는 수술 요건을 없애는 대신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일정 기간 관리하도록 하는 기준을 제시했다.
2021년에는 다시 포용과 비차별, 종목별 특성을 강조하는 프레임워크를 발표했다.
한편 세계육상연맹은 2023년 남성 사춘기를 거친 트랜스젠더 여성의 여성부 세계랭킹대회 출전을 제한하는 규정을 채택했다.
따라서 고안드로겐 규정이 트랜스젠더 선수들의 여성부 출전을 가능하게 했다고 설명하는 것은 정확하지 않다.
두 집단에 적용되는 규정의 역사와 대상은 구분해야 한다.
다만 두 문제는 스포츠가 여성부 출전 자격을 설정하기 위해 어떤 생물학적 특성을 선택하고, 그 기준을 어떻게 정당화하는가라는 공통된 쟁점을 가진다.
특히 스포츠 기구가 선수의 생물학적 특성과 성별 정체성, 경기력상의 이점 등을 어떤 관계로 규정하는지에 따라 출전 자격의 기준이 달라질 수 있다.
이러한 점에서 두 문제는 구분해서 다루어야 하지만, 스포츠의 성별 경계를 둘러싼 공통된 사회학적 질문을 제기한다.
2024년 파리올림픽 여자 복싱에서는 알제리의 이마네 켈리프(Imane Khelif)와 대만의 린위팅(Lin Yu-ting)이 세계적인 논란의 중심에 섰다.
두 선수는 2023년 국제복싱협회(IBA)가 주관한 세계선수권대회에서 출전 자격을 인정받지 못했다.
IBA는 두 선수가 여성부 출전 자격에 관한 검사를 통과하지 못했다고 주장했다. 그러나 당시 검사 결과와 세부적인 의학적 정보는 공개적으로 검증할 수 있는 형태로 제시되지 않았다.
그럼에도 두 선수가 XY 염색체를 가지고 있다거나 생물학적으로 남성이라는 주장이 확산되었다.
여기서 분명히 해야 할 것은 해당 선수들의 염색체 구성이나 성발달차이 여부가 공개적으로 검증된 사실이 아니라는 점이다.
2024년 파리올림픽 복싱은 IOC가 설치한 별도의 운영기구가 주관했다. IOC는 두 선수가 당시 적용된 출전 자격 규정을 충족했으며, 여권상 성별을 기준으로 여성부 경기에 참가할 수 있다고 설명했다.
결국 켈리프와 린위팅은 각각 여자 복싱에서 금메달을 획득했다.
그러나 경기장 밖에서는 두 선수의 생물학적 성별에 대한 의혹과 비난이 계속되었다.
이 사건은 현대 스포츠에서 성별을 판단하는 기준이 얼마나 복잡한 문제인지를 보여준다.
서로 다른 국제 스포츠기구가 상이한 출전 자격 기준을 적용할 수 있으며, 한 기구에서는 출전 자격을 인정받지 못한 선수가 다른 기구에서는 적법한 참가자로 인정받을 수 있기 때문이다.
여기서 중요한 것은 누가 '진정한 여성'인가에 대한 단순한 논쟁이 아니다.
어떤 스포츠 기구가 어떤 과학적 근거와 규정에 따라 여성부 출전 자격을 결정할 권한을 갖는가 하는 문제다.
무엇보다 확인되지 않은 의학적 정보가 공적인 논쟁 속에서 사실처럼 유통되었다는 점은 주목할 필요가 있다.
스포츠의 성별 규정은 과학적 지식에 근거한다고 주장하지만, 현실에서는 불완전한 정보와 사회적 편견, 정치적 갈등이 뒤섞이면서 특정 선수의 성별을 문제 삼는 상황이 반복되기도 한다.
이는 성판별이 단순한 의과학적 판단에 머무르지 않고 사회적 권력관계 속에서 작동하고 있음을 보여주는 또 하나의 사례다.
이제 스포츠 성판별의 역사를 관통하는 문제로 돌아가 보자.
1930년대부터 스포츠는 여성부와 남성부의 구분을 유지하기 위해 다양한 성판별 기술을 활용해 왔다.
초기에는 여성의 외부 신체를 관찰했다. 이후에는 염색체의 구조를 확인했고, 특정 유전자의 존재 여부를 검사했다. 2010년대에는 테스토스테론 수치를 중요한 출전 자격 기준으로 활용했다.
표면적으로 보면 이는 더욱 정확한 성별 구분을 추구해 온 과학기술의 발전 과정처럼 보인다.
그러나 이 역사를 자세히 살펴보면 흥미로운 사실을 발견할 수 있다.
새로운 의과학 기술이 도입될 때마다 인간의 성별을 더욱 정교하게 이해할 수 있게 되었지만, 동시에 기존의 성별 구분이 가진 한계도 드러났다는 점이다.
성호르몬의 발견은 남성과 여성의 몸이 완전히 다른 호르몬으로 구성된 것이 아니라는 사실을 보여주었다.
염색체 분석은 XX와 XY 이외에도 다양한 성염색체 구성이 존재한다는 사실을 밝혀냈다.
PCR 검사는 특정한 유전자를 확인할 수 있었지만, 그 유전자의 존재만으로 모든 성발달 과정과 경기력상의 이점을 판단할 수 없다는 한계를 드러냈다.
호르몬 분석 역시 테스토스테론이 경기력에 영향을 미친다는 사실을 보여주었지만, 어느 수치부터 여성부 출전 자격을 제한할 것인지는 여전히 논쟁의 대상이었다.
이러한 역사적 과정은 푸코의 지식·권력(power/knowledge) 개념을 통해 해석할 수 있다.
푸코는 과학적 지식이 단순히 객관적 사실을 발견하는 데 그치지 않고, 사회적 규범과 제도적 권력을 정당화하는 방식으로도 작동한다고 보았다.
특정한 시대에 어떤 지식이 진리로 인정되는지, 그리고 그 진리가 어떤 사회적 기준과 제도를 정당화하는지는 역사적·사회적 조건과 밀접하게 관련되어 있다는 것이다(Foucault, 1972, 1980).
스포츠의 성판별 검사는 이러한 지식·권력의 관계를 잘 보여준다.
과학은 인간의 성적 특성에 관한 다양한 사실을 밝혀낸다. 그러나 스포츠는 그 가운데 특정한 지표를 선택하여 여성부 출전 자격을 결정하는 기준으로 활용한다.
어떤 시대에는 외부 생식기의 형태가 중요했고, 다른 시대에는 염색체나 유전자가 중요했다. 또 다른 시대에는 테스토스테론 수치와 그 생리학적 작용이 중요했다.
이러한 지표들은 모두 실제 생물학적 특성을 설명하는 과학적 근거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어떤 과학적 지표를 선택하고, 어느 지점을 경계로 삼아, 누구에게 출전 자격을 부여할 것인가는 과학적 사실의 발견만으로 결정되지 않는다.
그 과정에는 스포츠가 지향하는 공정성의 가치와 제도적 목적, 선수의 권리, 사회적으로 받아들여지는 성별 관념 등이 함께 작용한다.
이것이 스포츠의 성별 구분을 단순한 생물학적 판정의 문제가 아니라 지식과 권력의 상호작용으로 이해해야 하는 이유다.
호르몬 규정에서는 이러한 권력의 작동 방식이 더욱 분명하게 나타난다.
테스토스테론은 연속적인 수치로 측정되는 생리학적 변수지만, 스포츠는 그 수치 가운데 특정한 지점을 선택하여 여성부 출전 자격의 기준으로 삼았다.
규정이 정한 수치를 넘는 선수는 출전이 제한될 수 있었고, 그 수치를 낮추면 다시 출전 자격을 얻을 수 있었다.
이 과정에서 의과학적 지식은 단순히 신체적 특징을 확인하는 데 그치지 않고, 선수의 신체 상태를 지속적으로 관리하도록 요구하는 제도적 수단으로 작동했다.
푸코가 설명한 생체권력(biopower)의 관점에서 보면 이는 생물학적 특성을 측정하고 분류하며, 정해진 규범에 따라 관리하는 현대 권력의 한 형태로 이해할 수 있다.
스포츠는 선수의 몸을 단순히 검사하는 것이 아니라, 공정한 경쟁이라는 목적 아래 특정한 생물학적 기준을 충족하도록 요구하는 제도를 발전시켜 온 것이다.
그러나 이러한 제도가 언제나 일방적인 억압으로만 작동한다고 단정할 수는 없다. 여성부의 공정성을 보호한다는 목적 역시 스포츠에서 중요한 제도적 가치이기 때문이다.
따라서 문제는 과학적 규정이 존재한다는 사실 자체보다, 그 규정이 어떤 과학적 근거에 기초하고 있으며, 누구의 권리를 보호하고 누구에게 부담을 부과하는가에 있다.
바로 이 지점에서 우리는 다시 질문하게 된다.
누가 성별의 경계를 결정하는가?
스포츠 성판별의 약 90년에 걸친 역사를 돌아보면 하나의 역설이 반복되고 있음을 확인할 수 있다.
의과학기술이 발전할수록 인간의 성별을 구성하는 생물학적 특성이 얼마나 복잡하고 다양한지에 관한 지식은 증가했다.
그러나 스포츠는 여전히 남성과 여성이라는 두 개의 범주를 유지해야 했다.
이는 스포츠가 지닌 제도적 특성과 관련된다.
여성부와 남성부의 구분은 일반적으로 존재하는 신체 능력의 차이를 고려하여 공정한 경쟁을 보장하기 위해 만들어졌다. 이러한 구분은 여성 선수들이 경쟁하고 성취할 수 있는 기회를 확보하는 데 중요한 역할을 해왔다.
따라서 인간의 생물학적 성적 특성이 복잡하다는 이유만으로 스포츠에서 여성부와 남성부를 구분할 필요가 없다고 결론 내릴 수는 없다.
그러나 그 반대 역시 성립하지 않는다.
여성부와 남성부를 구분해야 한다는 제도적 필요성이 있다고 해서, 인간의 모든 성적 특성이 언제나 두 개의 명확한 범주로 구분된다는 뜻은 아니다.
여기에 스포츠 성판별의 근본적인 딜레마가 존재한다.
스포츠는 공정성을 위해 남성과 여성을 구분해야 하지만, 의과학이 밝혀낸 인간의 성적 특성은 그 구분보다 훨씬 복잡하다.
그 결과 스포츠는 시대마다 새로운 과학적 지표를 선택하여 여성부의 경계를 설정해 왔다.
그러나 그 기준은 결코 고정되어 있지 않았다.
성별을 구분하는 지표는 외부 신체에서 염색체로, 유전자로, 호르몬으로 변화했다.
이러한 변화는 과학적 지식이 축적되면서 이전보다 더욱 정교한 성별 판정이 가능해지는 과정이기도 했다. 그러나 동시에 성별을 명확하게 구분하려는 시도가 반복적으로 새로운 과학적·윤리적 한계에 직면하는 과정이기도 했다.
결국 스포츠의 성판별은 완성된 과학적 진리를 적용하는 단순한 행정적 절차가 아니다.
그것은 끊임없이 변화하는 의과학적 지식과 스포츠가 지향하는 공정성의 가치, 선수의 권리와 사회적 규범이 충돌하고 조정되는 과정이다.
따라서 성판별 규정의 정당성을 판단하기 위해서는 과학적 근거뿐 아니라 그 근거를 제도적 규범으로 전환하는 과정까지 함께 검토해야 한다.
무엇을 공정한 경쟁으로 볼 것인가.
어떤 생물학적 차이를 출전 자격을 제한할 만큼 중요한 것으로 판단할 것인가.
그 기준을 정하는 과정에서 선수들의 건강과 존엄성, 자기결정권은 어떻게 보호할 것인가.
그리고 그 모든 결정에 대해 누가 책임을 질 것인가.
이러한 질문에 답하지 않은 채 새로운 검사 기술을 도입하는 것만으로는 스포츠의 성별 논쟁이 종결되지 않을 것이다.
의과학은 인간의 성별을 더욱 정교하게 설명할 수 있지만, 스포츠에서 여성과 남성의 경계를 어디에 설정해야 하는지에 대한 최종적인 답을 홀로 제공할 수는 없다.
바로 이것이 스포츠의 성판별 분석이 지난 90년 동안 반복해서 마주한 딜레마다.
그리고 앞으로도 의과학기술의 진보와 스포츠의 성별 이분법 사이에서는 이러한 줄다리기가 계속될 것이다.
이 글은 예전에 쓴 논문을 재구성한 것이다. 원논문의 역사적 분석과 푸코의 지식·권력 논의를 유지하면서, 일부 사실관계를 수정하였다. 연구의 분석 범위는 원논문과 동일하게 2024년까지로 한정하였다.
원논문
한승백(2024). 스포츠 성판별 분석의 딜레마: 의과학기술 진보와 성별 이분법의 줄다리기. 『한국스포츠사회학회지』, 37(특별호), 45–68.
https://doi.org/10.22173/ksss.2024.37.Special%20Issue.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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