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 Seungbaek Blog





스코틀랜드가 오랜만에 월드컵 본선 무대에 올랐다. 많은 사람들은 영국이 축구 종주국이기 때문에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가 각각 월드컵 예선에 나갈 수 있다고 생각한다. 축구의 발상지에 대한 예우로 네 장의 대표권을 인정받았다는 것이다. 그러나 이는 정확한 설명이 아니다.
FIFA는 Fédération Internationale de Football Association, 즉 축구협회의 국제연맹이다. 우리는 FIFA 월드컵을 국가 대항전이라 생각하지만, 이름에서 알 수 있듯 FIFA의 기본 단위는 국가가 아니라 football association이다. 따라서 월드컵은 일반적으로 국가대항전으로 이해되지만, 엄밀하게 따지면 FIFA 월드컵은 회원 협회가 구성한 팀들의 대항전이라는 성격을 가진다.
스코틀랜드축구협회는 1873년에 창설되었다. 1863년 잉글랜드에서 세계 최초의 FA가 생긴 이래 두 번째로 오래된 축구협회다. 스코틀랜드와 잉글랜드는 이미 1872년 글래스고에서 오늘날 최초의 국제 축구경기로 인정되는 경기를 치렀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 모두 UK라는 하나의 정치 공동체 안에 있는데, 이것이 어떻게 최초의 국제경기일 수 있을까.
이를 이해하기 위해 필요한 개념이 nation이다. 한국어로 nation은 국가, 국민, 민족 등으로 번역되지만 반드시 주권국가를 뜻하지는 않는다. 잉글랜드와 스코틀랜드는 서로 다른 역사와 정체성을 지닌 별개의 민족 공동체였다. 바로 그 민족적 구분이 축구에서도 별도의 대표성과 협회 전통으로 이어졌다. 그래서 19세기 근대 축구의 탄생 이래 이들의 경기는 서로 다른 nation 간의 인터내셔널 매치로 받아들여졌다. 이후 이들은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아일랜드 네 개의 Home Nations를 고정 멤버로 한 British Home Championship을 통해 가장 오래된 국제 축구대회의 전통을 만들었다.
한편 FIFA가 창설된 것은 1904년이다. 오늘날 FIFA는 막대한 자산과 211개 회원협회를 거느리고 전 세계 축구의 거의 모든 것을 관장하는 무소불위의 권력 기구다. 그러나 창설 당시에는 벨기에, 덴마크, 프랑스, 네덜란드, 스페인, 스웨덴, 스위스 등 유럽 7개 협회를 회원으로 둔 작은 신생 국제연맹이었다. 지금의 FIFA와 비교하면 당시에는 축구 행정의 영세한 출발점에 불과했다.
따라서 초창기 FIFA에는 지금과 같은 권위도 국제적 영향력도 없었고, 회원을 늘리는 일이 중요한 과제였다. 반면 영국의 네 협회는 이미 축구의 규칙, 대표팀 경기, 국제경기 형식의 성립에 깊이 관여하고 있었다. 이들은 20세기 초 FIFA에 가입한 뒤에도 1920년대에 두 차례나 탈퇴와 재가입을 반복했고, 1946년에야 완전히 복귀할 만큼 FIFA에 종속되지 않는 독자적 위상을 누렸다. 요컨대 영국의 네 협회는 축구 종주국이라는 추상적 예우를 받은 것이 아니었다. 국제축구 질서가 만들어지기 전부터 독자적 협회와 대표팀 전통을 갖고 있었으므로, 이미 별도 회원으로 인정받을 역사적 조건을 갖추고 있었다.
이 오래된 위상은 지금도 제도로 남아 있다. 축구 경기 규칙을 제정하고 개정하는 최고 기구는 IFAB, 즉 국제축구평의회다. IFAB의 의결권 여덟 표 가운데 네 표를 잉글랜드, 스코틀랜드, 웨일스, 북아일랜드 네 협회가 영구적으로 나누어 가지며, 나머지 네 표를 FIFA가 다른 회원협회들을 대표해 행사한다. 211개 회원협회 중 단 네 곳이 규칙 변경에 절반의 표결권을 쥐고 있는 셈이다. 영국 네 협회의 특별한 지위는 막연한 예우가 아니라 제도화된 권력으로 오늘날까지 이어진다.
물론 오늘날 FIFA는 대체로 하나의 주권국가에는 하나의 축구협회가 대응한다는 원칙을 강하게 적용한다. 그래서 세계 곳곳에는 독자적인 민족적·지역적 정체성과 별도의 축구 조직을 가진 곳들이 있지만, 그것이 곧바로 월드컵 예선 참가권으로 이어지지는 않는다.
카탈루냐, 티베트, 그린란드의 사례가 이를 잘 보여준다. 세 지역 모두 독자적 FA와 정체성을 갖고 있지만, 그것만으로 별도 대표팀으로 예선에 참가할 수 있는 것은 아니다. 세계적 클럽 바르셀로나로 대변되는 스페인의 카탈루냐는 강한 지역 정체성과 축구 문화, 독립적 FA를 가지고 있다. 그러나 FIFA가 인정하는 회원협회는 스페인왕립축구협회이고, 예선에 출전하는 것도 스페인 대표팀이다. 티베트 역시 독자적 FA를 가지고 있지만 FIFA 체계 안에서 중국과 별도의 참가 주체로 인정되지 않는다. 덴마크에 속한 그린란드도 자체 FA와 축구 조직을 갖추고 있지만 아직 FIFA 회원이 아니다. 그린란드는 FIFA 가입을 추진해 왔으나 2025년 북중미카리브 축구연맹 가입 신청이 만장일치로 부결되어, FIFA 가입의 전제조건인 대륙연맹 소속조차 얻지 못한 상태다. 결국 독립된 FA가 있다는 사실만으로 월드컵의 독립된 대표권이 보장되지는 않는다. 이것이 오늘날 국가 중심으로 정비된 FIFA 질서의 원칙이다.
이 점에서 스코틀랜드는 카탈루냐, 티베트, 그린란드와 다르다. 스코틀랜드의 대표권은 오늘날 새롭게 허용된 지역 대표권이 아니라, 국제축구 형성기의 오래된 제도적 예외가 지금까지 보존된 결과다. 즉, 스코틀랜드의 월드컵 출전권은 국제축구가 국민국가 중심 질서로 정비되기 이전, 이미 독자적 협회와 대표팀 전통을 형성했던 Home Nations의 역사적 지위가 오늘날까지 제도적으로 보존된 결과인 셈이다.
그래서 스코틀랜드의 이번 북중미 월드컵 본선 진출에는 묘한 향수가 어려 있다. 오늘날의 FIFA 질서 안에서는 예외처럼 보이지만, 축구의 역사에서는 오히려 오래된 기원에 속하기 때문이다. 우리는 월드컵을 보면 흔히 국가대항전을 먼저 떠올린다. 그러나 스코틀랜드의 존재는 축구가 처음부터 국민국가의 대표 경기로 출발하지 않았음을 알려준다. 근대 축구의 출발점에는 풀뿌리 football club들이 있었고, 그 클럽들을 지역적·민족적 정체성 위에서 묶어낸 FA가 있었다. FIFA는 그 FA를 묶어 오늘날의 국제적 지위를 획득할 수 있었다. 이번 월드컵 무대에 선 스코틀랜드 대표팀은 국민국가보다 앞서 형성된 축구의 오래된 제도적 기억을 오늘날의 그라운드로 소환한다.
2026.06.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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