Power Games

Han Seungbaek Blog

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월드컵 4: 분노를 제도로, 축구협회장 선거인단을 넓혀라

체육단체와 스포츠 정책

by 남산도사 2026. 10. 23. 00:59

본문

 

남아공전 패배 이후 홍명보 감독, 정몽규 회장, 대한축구협회를 향한 비판이 거세다. 워낙 경기 내용이 나빴기 때문에 경우의 수를 따져 32강을 기대하자는 말조차 힘을 잃었다.

홍명보 감독 선임은 월드컵 전부터 비판을 받았다. 국가대표팀 감독 선임은 한국 축구의 방향을 좌우하는 중대한 일인데도, 그 결정은 투명하지 않았고 제대로 된 검증을 거쳤다고 보기도 어려웠다. 홍명보는 이미 월드컵에서 한 차례 실패한 지도자였고, 인터뷰에서 반복적으로 느껴지듯 완고하고 권위적이며, 선수들과 소통을 잘할 것 같지도, 최신 축구 흐름을 따라갈 것 같지도 않은 인물이다. 그런 그의 선임을 대부분의 사람들은 납득하지 못했다. 그렇게 곪고 곪았던 불신은 이번 월드컵의 졸전과 패배로 다시 터졌다.

정몽규 회장은 월드컵 이후 물러나겠다고 이미 밝혔다. 같은 배에 타고 있던 홍명보도 아마 이번이 지도자로서 대표팀과 맺는 마지막 인연이 될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무엇을 해야 하는가. 대표팀을 준비시키고, 감독을 선임하고, 그 과정을 관리하고, 실패했을 때 책임지는 대한축구협회를 어떻게 바꿀 것인가가 남았다. 박지성의 말처럼 문제가 “한국 축구를 이끌어가는 곳”에 있다면, 감독 선임 논란은 결국 협회 리더십의 문제로 이어진다.

대한축구협회장 선거는 추첨식 간접선거 방식을 택하고 있다. 정관상 선거인단은 100인 이상 300인 이내로 구성할 수 있지만, 지난 선거에서도 선거인단은 192명에 그쳤고 실제 투표에 참여한 인원은 183명이었다. 선거인단이 300명에 미치지 못하는 것은 회장선거관리규정이 선거인단을 직군별로 나누어 배정하고 있기 때문이다. 대의원, 회원단체 임원, 선수, 지도자, 심판, 동호인 등 각 직군에 정해진 인원을 배정하다 보니 실제 선거인단 규모는 200명 안팎에 머물기 쉬운 구조다. 축구 등록 인구, 생활축구 저변, 프로축구 팬덤, 여자축구, 유소년축구, 심판, 지도자까지 헤아리면, 한국 축구를 이끌 회장을 200명 안팎이 결정하는 방식은 더 이상 국민 눈높이에 맞지 않는다. ‘닫힌 선거’, ‘그들만의 리그’라는 말이 나온 이유다.

그래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선거인단을 넓히는 것이다. 500명, 1,000명, 또는 그 이상이든 어느 규모가 적절한지 논의해야 한다. 직군별 배분은 어떻게 조정할 것인지, 선수와 지도자, 심판, 동호인, 시도협회, 프로축구, 여자축구, 유소년축구, 팬의 대표성은 어떻게 반영할 것인지 공개적으로 따져야 한다. 숫자만 늘린다고 끝나는 것도 아니다. 추첨 대상이 어떻게 정해지고, 누가 포함될 수 있으며, 어떤 절차로 최종 선거인단이 확정되는지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

이를 위해 정관과 회장선거관리규정을 함께 손봐야 한다. 정관에 묶여 있는 선거인단 상한을 바꾸지 않으면 선거인단 확대는 불가능하다. 동시에 회장선거관리규정에 들어 있는 직군별 배분 방식도 다시 설계해야 한다. 대한축구협회의 개혁과 변화는 구호가 아니라 정관 개정, 선거관리규정 개정, 이사회와 총회, 그리고 필요한 승인 절차까지 이어지는 제도적 문제다.

대한축구협회는 즉시 이사회를 열어야 한다. 정관상 이사회는 회장이 소집한다. 정몽규 회장이 정말 물러날 뜻이라면, 마지막 소임은 차기 체제를 준비하는 이사회를 여는 일이어야 한다. 회장이 이를 미룬다면 재적이사 과반수가 회의 목적을 명시해 이사회 소집을 요구해야 한다. 정몽규 이후의 축구협회를 준비하는 일은 다음 회장에게 미룰 문제가 아니라, 현재의 이사회가 시작해야 할 일이다.

한국 축구의 변화를 원한다면, 그 변화를 이끌어 낼 구조부터 만들어야 한다. 이미 분노는 차고 넘친다. 필요한 건 분노를 제도로 옮기는 일이다.

 

2026.06.26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