Han Seungbaek Blog
지난 24일 강원FC는 춘천시에 2027~2028시즌 홈경기 개최 불가를 최종 통보했다. 같은 날 구단은 필수조건을 모두 수용한 강릉시를 단독 개최지로 확정 발표했다. 강원FC가 홈경기 유치를 위해 제시한 ‘필수조건'에는 경기장 무상 대관, 대회 시설 준비의 지자체 부담, 그리고 홈경기장의 상업적 명명권(네이밍 스폰서십) 등이 있었다. 이 가운데 문제가 된 것은 ‘경기장 명명권’이다. 공공시설의 이름을 파는 권리는 조례 제정과 시의회 심의를 거쳐야 하기 때문에, 춘천시는 8월 한 달간 세 차례에 걸쳐 협의를 공식 요청했다. 구단은 그때마다 시의 의견을 반영하지 않은 동일한 조건의 공문으로 답했다. 그리고 시가 개최 의사를 명확히 하되 필수조건은 추후 협상을 전제로 유치의향서를 제출하자, 구단은 사흘 만에 이를 미충족으로 결론 내렸다. 협의하자는 전제가 곧 탈락 사유가 된 것이다.
아스널의 ‘에미레이트 스타디움'처럼 해외에서는 구단이 소유한 구장의 이름을 팔아 수익을 얻는 것이 대표적인 비즈니스 방식이다. 그러나 국내 프로구단 대부분은 지자체 소유의 공공체육시설을 홈구장으로 사용한다. 이 경우 경기장 명명권은 시민의 세금으로 짓고 유지하는 공유재산에서 발생하는 상업적 권리이며, 그 이름을 판매하는 권리 역시 시민의 자산이다. 국내에서 이 권리가 프로구단에 넘어간 사례는 크게 두 유형이다. 하나는 ‘광주-기아 챔피언스 필드', ‘대구 삼성 라이온즈 파크', ‘대전 한화생명 볼파크' 같은 프로야구 구장으로, 구단을 소유한 기업이 수백억 원대 건설비를 부담하고 개최 도시가 그 대가로 명명권을 이양한 경우다. 다른 하나는 K리그 대구FC의 전용구장으로, 지자체가 시민구단의 재정 자립을 돕기 위해 먼저 이양해 경기장은 ‘DGB대구은행파크'라는 이름을 얻었다. 어느 경우든 명명권의 소유는 개최 도시의 것이고, 판매든 이양이든 구단과 지자체가 각자의 이해관계를 걸고 벌인 협상이 그 전제다. 이번 강원FC처럼 필수조건이라는 이름으로 일방 통보하고 미충족을 이유로 개최 불가를 선언한 국내 전례는 찾기 어렵다.
상업적 이윤을 추구하는 기업구단이라면 경기장 명명권을 놓고 원하는 조건을 제시할 수 있다. 다만 그 협상력은 조건이 맞지 않으면 연고지 이전도 고려할 수 있다는 선택지에서 나온다. 강원도민의 세금과 개최 도시의 지원으로 운영되는 강원FC는 강원도를 떠나는 순간 그 존재의 근거 자체가 사라진다. 그런데도 강원FC가 마치 떠날 수 있는 구단처럼 이런 통보를 할 수 있는 믿는 구석은 무엇일까. 춘천이 받아들이지 않으면 강릉이 받아들일 것이라는 계산, 두 도시의 경쟁 관계가 ‘개최 불가' 통보를 떠받치는 담보다.
지난해 강원FC는 더 많은 지원금을 낸 도시에 개최권을 주는 공모 방식으로 논란의 중심에 섰다. 도시 간 경쟁을 부추기는 방식의 부당함을 지적한 춘천이 불참하면서, 강원FC의 홈경기는 올해 강릉에서만 치러지고 있다. 그 논란이 가시기도 전에 구단은 같은 공모를 다시 꺼냈다. 개최의 조건이 지원금에서 경기장 명명권으로 바뀌었을 뿐, 연고 도시를 경쟁시키는 비즈니스 전략은 바뀌지 않았다. 그렇다고 이 경쟁에서 이긴 강릉이 승자인 것도 아니다. 경기당 8,000만 원의 지원금을 내며 전 경기를 치러 온 강릉시는 이번에는 명명권 제공을 포함한 필수조건 전부를 수용하고서야 개최권을 받았다. 경쟁의 대가로 도시가 받아 드는 것은 해마다 무거워지는 청구서인 셈이다.
춘천과 강릉을 경쟁시키는 방식은 ‘강원'을 대표하는 도민구단의 정체성과 맞지 않는다. 지난해에는 지원금이, 올해는 경기장 명명권이 그 도구다. 도민의 세금으로 운영되는 구단이 연고 도시 간 경쟁을 수익의 수단으로 삼는 것은 이율배반적이다. 구단은 통보를 거두고 협상의 언어를 회복해야 한다. 도민구단의 정체성은 도시 간 경쟁이 아니라 지역 공동체의 연대 위에 세워져야 한다.
P.S. 우상호 도지사가 재검토 지시를 내렸네요.
2026.08.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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